한지성 부검 결과 "면허취소 수준 음주운전"
국과수, "음주상태 소견"
변호사 남편 "음주 여부 모른다" 진술 의문
인천공항 고속도로에서 돌연 정차한 뒤 차량에 치여 사망한 배우 고(故) 한지성씨가 음주운전을 했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의 1차 부검 소견이 나왔다.
17일 CBS 노컷뉴스 보도에 따르면 국과수는 한씨를 부검한 결과 혈중알코올농도가 0.1% 이상이었다는 간이 결과를 내놓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면허 취소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국과수는 다발성 손상이 추정된다는 소견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한씨는 지난 6일 오전 3시52분쯤 경기 김포시 인천국제공항 고속도로 차도 위에 차를 세우고 밖으로 나왔다가 택시와 SUV 차량에 치여 숨졌다. 한씨가 고속도로 한복판에 정차해서 밖으로 나온 이유와 동승자인 남편의 반응 등이 많은 의혹을 자아냈다.
지난 6일 경기 김포시 인천국제공항 고속도로 김포공항 IC인근에서 교통사고로 사망한 한씨의 남편 A씨는 유명 대학을 졸업한 변호사로 전해졌다.
사고 당시 조수석에 타고 있던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소변이 급해 차량을 세우게 됐고 인근 화단에서 볼일을 본 뒤 돌아와 보니 사고가 나 있었다"면서 "한지성이 갓길이 아닌 고속도로 한가운데에 차를 세운 이유에 대해서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한지성이 차량에서 하차해 뒤쪽에 서 있다가 참변을 당한 이유에 대해서도 모르겠다"고 답했다.
A씨는 사고 당일 영종도에서 술을 마신 것으로 알려졌음에도 불구하고 "아내의 음주여부에 대해서는 보지 못해서 알지 못한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경찰 조사 결과 영종도에서 술을 마신 일행의 숫자가 많지 않아 동석했던 이의 음주여부를 모르기는 어려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씨는 고속도로에서 차를 세우고 밖에 나와 있다가 택시와 올란도 승용차에 잇따라 치이면서 사망했다.
경찰이 차량 블랙박스를 확인한 결과 한지성은 사고 직전 편도 3차로 고속도로에서 한가운데인 2차로에 자신의 벤츠 C200 승용차를 세운 뒤 비상등을 켜고 하차했다.
그는 A씨가 먼저 하차하고 난 뒤 운전석에서 내려 차량 트렁크 쪽으로 걸어갔고 몸을 숙이고 좌우로 비트는 행동을 한 직후 사고를 당했다.
김광석 변호사(법무법인 송현)는 "남편의 방조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운전자가 범행의 결의를 가지고 실행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도움을 준 사실이 확인돼야 한다"면서 "동승하고 적극적으로 음주운전을 지원해야 방조죄가 되는데 아내의 음주사실을 알면서 조수석에 타고 간 경우에는 방조죄로 처벌받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승재현 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아내의 사망 경위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고 하는 것은 내가 2차선에 세우라 하지 않았고 내가 내려라 하지 않았으며 사고를 인지 못했으니 구조할 의무도 없다, 아내 술 마신것 모르니 혹시나 제기될 음주 방조도 아니다라는 뜻이다"라면서 "이는 혹시나 문제제기가 가능한 모든 혐의를 차단할 의도가 있다고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승 연구위원은 "친구들과 어울려 술 한 잔하는 자리에서 부인은 남편 주위에 있는 것이 상식이다. 부인이 술을 마신 것을 모른다고 하는것은 남편이 부인하는 것 중 가장 납득이 되지 않는 대목이다"라며 "이는 술자리에 참석한 지인들의 진술을 통해 바로 확인이 가능하다"고 전했다.
이어 "당연히 음주운전을 말려야했는데 동석해서 차를 타고 가다 사고를 당했으니 음주운전 방조가 명백하게 성립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혈중 알코올 농도가 0.05% 이상일 경우 벌금형을 선고받으며 또한 벌점 100점과 면허정지 100일이 되고, 0.1% 이상일 경우는 면허 취소를 선고받는다.
2018년 12월 18일부터 이른바 윤창호법이 도입되면서 음주 상태에서 운전을 하다 사람을 상해에 이르게 한 경우 현행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상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서 1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상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법정형이 상향됐다. 또한, 음주 운전을 하다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에는 현행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서 무기징역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으로 처벌이 대폭 강화됐다.
이렇게 처벌이 강화됐음에도 불구하고 음주운전은 끊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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