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향 시론
김현환 문체부 관광정책국장
이웃나라 일본이 최근 관광 분야에서 놀라운 성과를 이뤄내고 있다. 2015년부터 관광수지가 흑자로 돌아선 이래 계속 흑자 행진 중이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인해 일본 관광산업은 처참하게 무너졌다. 당시 국제관광과장이던 필자에게 많은 일본 관료와 연구원이 찾아와 한국 관광객이 일본을 더 방문하게 해달라고 부탁하고, 한국 관광정책을 배우겠다며 수차례 인터뷰해갔던 것이 생각난다. 일본이 각고의 노력으로 어려움을 딛고 일어선 것은 인정해줘야 하고, 우리가 배울 건 배워야 한다.
반면 우리나라의 관광수지 적자는 심각하다. 이유는 간단하다. 관광수입은 별반 차이 없는 데 비해, 해외여행 가는 국민의 숫자는 부쩍부쩍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6년 2000만 명을 돌파하는가 싶더니 작년에는 무려 2870만 명이 해외여행을 갔다. 무역 수지, 서비스 수지 관련 기사나 대책회의가 있을 때마다 관광은 죄인이 된다(심지어 ‘주범’이라 불리기도 한다).
항변하고 싶기도 하다. 해외에 나가서 배워오는 것도 많으니 그냥 지출은 아니지 않으냐고. 실제로 일본은 그런 맥락에서 자국민들이 해외로 너무 안 나가는 것을 걱정하고, 젊은이들의 해외여행을 국가 예산으로 지원해주는, 우리에겐 거짓말처럼 들리는 정책마저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국민이 해외로 나가는 대부분의 이유가 국내 어디를 가려고 해도 딱히 흥미로운 콘텐츠도 없고, 비용마저 만만치 않아 해외여행과 크게 차이도 안 난다고 말한다. 교통체증이나 숙소 불편, 관광지 불친절도 한몫한다고 불만을 토로하면 관광정책 담당자로서 머리 조아리며 경청해야 마땅하다.
지난 4월 초 정부는 대통령과 13개 관계부처 장관이 참석한 국가관광 전략회의를 개최하고, 지금 우리 관광산업에서 꼭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세 가지 혁신 방향을 제시했다. 국제관광도시와 지역관광거점 도시 육성을 핵심으로 하는 ‘지역의 혁신’, 한류·DMZ·해양레저·문화유산·의료관광 등을 한국의 대표 관광콘텐츠로 개발한다는 ‘콘텐츠의 혁신’, 관광사업체들을 성장 단계별로 지원하는 ‘산업의 혁신’이 그것이다. 세 분야를 관통하는 개선 원칙은 선택과 집중이다. 고루 나눠주기가 아니라 가능성이 있는 것을 보다 집중적으로 지원해 성공 모델을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정책은 발표보다 이행이 더 중요하다. 문화체육관광부는 그 이행계획을 총 40개의 정책과제로 정리해 하나하나 추진해 나가고 있다. 비자제도 개선, 체류형 관광지, DMZ 평화의 길, 관광벤처 공모전 확대, 관광기업지원센터, 관광기금융자 신용보증제도 등이 이미 본궤도에 올랐다. 잘해보자는 마음이 모아진 덕분일까. 아직 잠정 통계이기는 하나 올해에 지금까지 한국을 찾은 외래관광객 수가 전년 대비 16.8% 증가했고, 관광수입은 10.6% 늘어난 반면 관광지출은 11.3% 감소해 관광수지 적자 폭이 다소나마 줄어들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누군가 필자에게 일본의 관광정책이 잘되고 있는 이유를 물으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관광업계와 주민들까지 관광객 유치를 위해 한마음 한뜻이 돼 노력하고 있는 것이 핵심이라고 대답한다. 우리도 할 수 있다. 일본을 벤치마킹하다가 일본보다 앞서게 된 사례가 많다. 정부 탓하고, 지자체 탓하고, 서로 남 탓만 해서는 안 된다. 우리나라가 관광수지 흑자 국가로 도약하는 꿈을 향해 함께 힘을 모으자고 제안한다. 꿈은 이루어진다 하지 않았던가. 이루어진 꿈들이 많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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