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김지현, 16강서
박인비 꺾고 승승장구
결승선 6홀 차로 김현수 제압
[ 김병근 기자 ]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두산매치플레이챔피언십(총상금 7억원) 결승이 열린 19일 강원 춘천 라데나GC(파72·6246야드). 14번홀(파4) 그린 옆에서 김지현(28·한화큐셀)이 어프로치 샷(두 번째 샷)을 했다. 공은 그린 위를 굴러가 홀컵과 2m가량 떨어진 곳에 멈춰섰다. 그린에 공을 먼저 올린 김현수(28·롯데)의 버디 퍼트가 성공하고 김지현은 실패해야 다음 홀로 갈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결과는 반대였다. 김현수의 공을 외면한 홀컵이 김지현의 공을 삼키며 승부는 마침표를 찍었다.
비바람 뚫어내며 ‘지현 천하’
김지현이 ‘매치 퀸’으로 우뚝 서며 ‘지현 천하’의 문을 다시 열었다. 이날 열린 결승전에서 김현수를 상대로 6홀 차 완승을 거두며 우승상금 1억7500만원의 주인공이 됐다. 지난해 4월 롯데렌터카여자오픈 이후 406일 만에 우승이자 통산 5승이다. 2016년 이 대회에서 박성현과 우승을 다투다 준우승에 머문 아쉬움도 씻어냈다. 김지현은 우승자에게 주는 두산인프라코어의 소형 굴착기도 부상으로 받았다.
치열했던 4강전에 비하면 결승전은 싱거웠다. 그는 4강전에서 나이와 이름이 같은 친구 김지현(롯데)을 상대로 18번홀까지 접전을 치른 끝에 한 홀 차로 결승전행 티켓을 손에 넣었다. 반면 투어 우승 경험이 없는 김현수를 상대로 한 결승전은 김지현의 압도적인 승리였다. 전반 9번홀까지 네 홀 차 앞서다가 14번홀에서 6홀 차로 승부를 매듭지었다.
비바람이 거셌지만 김지현은 흔들리지 않았다. 통산 4승을 올린 챔피언 특유의 집중력을 발휘하며 전반 9개홀에서 보기 없이 버디만 4개를 잡았다. 집중력이 빛을 발한 건 12번홀(파5)이다. 두 번째 샷이 해저드 바로 앞에 떨어지자 갤러리들의 탄식이 쏟아져 나왔다. 홀컵이 키를 훌쩍 뛰어넘는 높은 위치인 데다 비가 많이 와 땅도 질퍽한 상태에서 어프로치(세 번째 샷)를 해야 하는 상황. 김지현의 웨지가 밀어 올린 공이 홀컵 2m 안팎 거리에 서자 탄식은 이내 함성으로 바뀌었다. 그는 버디 퍼트를 성공시키며 파를 기록한 김현수와 격차를 더 벌렸다.
이로써 김지현은 올 시즌에도 ‘지현 천하’의 스타트를 끊었다. KLPGA에는 ‘지현’ 이름을 가진 선수가 김지현과 오지현을 비롯해 네 명이나 된다. 이들은 2017년 번갈아 우승하며 7승을 합작해 ‘지현 천하’라는 말이 나왔다. 지난해엔 함께 4승을 수확했다.
김지현은 올해까지 3년 연속 ‘지현’ 선수 중 처음으로 시즌 첫 승을 올리는 ‘기록 아닌 기록’도 세웠다. ‘지현 천하’를 여는 신호탄 역할을 한 셈이다. 그는 “다른 지현 선수들로부터 ‘우승 스타트를 끊어 달라’는 말을 들었다. 정말 우승하고 싶었던 대회에서 우승해 너무 기쁘다”고 소감을 말했다.
김현수, 매치 플레이 새 강자 ‘눈도장’
김현수는 생애 첫 우승 기회는 놓쳤지만 올 시즌 최고 성적을 기록했다. 기존 최고 성적은 지난 4월 셀트리온퀸즈마스터즈에서 작성한 공동 8위다. 2010년 11월 입회한 이래 세 번째 준우승이다. 그는 지난해까지 매치플레이 대회에 열 차례 출전했지만 1무9패에 그쳤다. 그러나 62번 시드를 받은 이번 대회에서 5승(2패)을 챙기며 매치플레이 강자로 거듭났다. 공교롭게 이 대회 우승자 김지현도 셀트리온 대회에서 공동 8위였다.
롯데 소속 김지현은 3·4위전에서 ‘매치 퀸’ 김자영(28)을 누르고 3위를 꿰찼다. 네 홀을 남겨두고 다섯 홀 차로 승부를 끝냈다.
춘천=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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