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실리콘밸리의 성장을 견인
한국도 대학 실용성에 대한 고민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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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 성장 배경 된 스탠퍼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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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1년 10월 문을 연 스탠퍼드대학은 실리콘밸리가 위치한 팔로알토 시의 상원의원인 릴랜드 스탠퍼드의 이름을 따서 설립되었다. 1884년 유럽 가족여행 중에 외아들이 장티푸스에 걸려 15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했다. 스탠퍼드는 죽은 아들을 기리기 위해 대학 설립을 결심했다. 스탠퍼드대학의 공식명칭이 ‘릴랜드 스탠퍼드 주니어 대학’인 이유이다. 등록금이 면제되었던 스탠퍼드대학에는 설립 첫 해 예상보다 2배 이상 많은 440명이 등록했고, 두 번째 학기에는 버클리 대학 학생 수보다 많은 559명이 등록했다. 그리고 120여 년이 지난 오늘날 1만5000명이 넘는 학부 및 대학원생과 2000명이 넘는 교수진 그리고 1조원이 넘는 연구비 대학으로 성장했다. 아들을 잃은 슬픔을 달래기 위해 아들 이름으로 대학을 설립하며 ‘캘리포니아의 아이들이 곧 우리의 아이들이 될 것’이라고 설파했던 릴랜드 스탠퍼드의 소망이 실현된 것이다.
스탠퍼드대학의 혁신 지원
스탠퍼드대학의 경우 가족의 연소득이 6만5000달러 이하인 학생은 등록금, 기숙사비, 식비 등이 모두 면제된다. 연 소득이 12만5000달러 이하인 경우에는 등록금만 면제된다. 미국의 다른 대학도 이러한 장학제도가 존재하지만, 스탠퍼드대학은 그 가운데에서도 최상위 수준이다. 이는 다른 대학은 확보하지 못한 장학금 수입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바로 특허 관련 수입이다. 구글 상장으로 벌어들은 약 3000억원의 수입이 대표적이다. 스탠퍼드대학은 2004년 8월 19일 구글이 주식시장에 상장되자 구글로부터 특허권 사용 대가로 받은 주식을 팔았다. 이러한 배경에는 스탠퍼드 컴퓨터 공학과 박사과정 학생인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 스탠퍼드 대학의 정책이 있다. 이들은 박사과정 당시 구글의 검색 기술을 개발했고, 모든 학생과 교수는 연구 과정에서 기술을 개발할 경우 이를 의무적으로 학교에 신고해야 하는 스탠퍼드 정책에 따라 학교에 신고했다. 학교 내의 ‘기술 이전 사무소’에서 특허 신청과 취득절차를 대신해서 밟아주고 특허권을 갖는다. 대신 해당 기술로 발생한 로열티 수익 등은 기술 개발자와 나눠 갖는다.
대학 교육에 ‘실용성’이라는 철학 담아
스탠퍼드대학의 이러한 정책 이면에는 설립 당시부터 강조했던 ‘실용성’이라는 철학이 담겨 있다. 대학은 학생들을 개인적인 성공으로 이끌 뿐 아니라 세상에 직접적으로 유용한 사람을 만들어야 한다는 철학이다. 초대 총장인 데이빗 조단은 스탠퍼드가 주창한 가치를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 그는 정원의 25%가량을 엔지니어로 뽑았다. 가정 형편으로 정규 교육은 받지 못했지만 현장 경험이 많은 엔지니어들을 선별해 입학시켰다. 이러한 학풍은 오늘날에 이르면서 보다 심화되었다. 15년간 스탠퍼드를 이끌었던 존 헤네시 총장은 스탠퍼드대학이 공학, 경영학, 의학, 자연과학, 디자인 등 세부 전공보다 현실의 문제 해결에 중점을 두고 교육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스탠퍼드의 전자공학과 교수가 뇌를 연구하는 의대 신경학과에도 소속되어 있는 이유다. 각자의 전공에만 매몰되지 않고 이를 적용해 활용할 다양한 분야와 협업을 실시한다. 이러한 협업은 교수들의 창업으로 이어지기까지 한다. 실용성을 강조한 스탠퍼드의 철학은 설립 초기부터 대학의 수준을 낮춘다는 비난을 받았지만, 오늘날에는 산·학·연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내는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경쟁력의 원천이 규모의 경제에서 범위의 경제로 변모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 어떤 방향으로 변모해야 할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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