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논리가 특히 어려웠다고 한다. 인터넷에는 '칠칠하다' '서슴다' 같은
생소한(?) 단어 앞에서 '멘붕'을 느꼈다는 후기가 잇따랐다.
[ 홍성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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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차다’에서 ‘야무지다’로 의미 확대돼
흔히 쓰는 용법을 토대로 원래 형태의 의미를 추리하고 응용하는 능력을 파악하기에 적절한 사례들이다. SNS 등의 ‘일탈적 언어’ 사용에 익숙한 세대일수록 낯설게 느꼈을 것이다. 하지만 신문언어 등 규범어를 꾸준히 접했다면 그리 어렵지 않게 답을 찾을 수 있는 문제였다. 생글 코너를 통해서도 몇 차례 다룬 내용이었다.
‘칠칠하다, 서슴다, 탐탁하다, 심상하다, 아랑곳하다.’ 얼핏 보면 의미가 잘 안 떠오른다. 이들에는 공통점이 있다. 모두 부정어와 함께 쓰는 말이라는 점이다. ‘칠칠하지 못하다, 서슴지 않다, 탐탁지 않다, 심상치 않다, 아랑곳없다.’ 이렇게 하고 보면 이들이 일상에서 흔히 쓰는, 아주 익숙한 말이라는 게 드러난다. 하지만 부정어를 떼어내고는 잘 쓰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그 의미가 퇴색해 기억에서 멀어진 것일 뿐이다.
‘칠칠하다’는 본래 나무나 풀, 머리털 따위가 잘 자라서 알차고 길다는 것을 나타내는 말이다. ‘검고 칠칠한 머리’ 같은 표현에 이 말의 본래 쓰임새가 살아 있다. 물론 지금도 쓰는 말이다. 이 말이 의미가 확대돼 ‘단정하고 야무지다’는 뜻으로 쓰이기도 한다. 이때는 주로 ‘못하다, 않다’ 등 부정어와 함께 쓰인다는 특징이 있다. 그래서 ‘칠칠하지 못하다’느니, ‘칠칠치 않다’느니 하면 ‘단정치 못하고 주접스럽다’는 뜻을 나타낸다. 그 ‘칠칠하다’를 좀 더 일상적으로, 속되게 말한 게 ‘칠칠맞다’이다. 이 역시 부정어와 어울려 쓰는 것은 똑같다. 그러니 ‘칠칠맞다’는 칭찬하는 말이다.
‘못하다/않다/없다’ 등 부정어와 함께 써
그런데 실제로는 좀 달리 쓰이는 것 같다. 만약 여자친구에게 “너 참 칠칠맞다”라고 하면 한 방 얻어맞을지 모른다. 사실은 좋은 뜻으로 한 말인데…. 현실어법에서 이 말을 반대로, 즉 ‘칠칠맞지 못하다’의 뜻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행 규범상 틀린 표현이다. 탓하는 의미로 쓸 때는 반드시 부정어 ‘못하다/않다’를 붙여야 한다.
이런 부정어 생략 현상은 우리말에서 그 뿌리가 꽤 깊다. 지금도 일부 어휘에서는 진행 중이다. ‘주책없다-주책이다’가 대표적이다. ‘주책’은 <표준국어대사전> 어원정보에 따르면 한자어 ‘주착(主着)’에서 온 말이다. 본래 의미는 ‘일정하게 자리 잡힌 주장이나 판단력’이다. 그래서 ‘주책없다’라고 하면 ‘줏대 없이 이랬다저랬다 하는 것’을 뜻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예전부터 같은 뜻으로 ‘주책이다’를 함께 썼다. “그 사람 참 주책이야” 식으로 말했다. 이에 따라 국립국어원은 2016년 ‘주책이다’ 역시 표준어법으로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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