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주도성장 수정해야"…대통령도 최저임금 보완 시사
[ 김익환 기자 ] 지난 10일 출범 2주년을 맞은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중간 성적표’가 나왔다. 문재인 대통령의 바람과 달리 결과는 썩 좋지 못하다. 올 1분기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했고 청년 실업률은 치솟고 있다. 분배지표는 되레 나빠지는 추세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을 골자로 한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놓고 정부 내부에서조차 “정책 속도와 방향이 잘못됐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 “경제정책은 낙제점”
한국경제신문이 이달 초 대학교수와 각 연구소장, 기업 최고경영자(CEO), 전직 관료 등 각계 오피니언 리더 1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90%가 현 정부의 경제 운영에 대해 “잘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잘하고 있다’는 응답은 10%에 그쳤다. 응답자들은 일자리 창출(3.26점)과 최저임금 인상(3.28점) 등 핵심 경제정책에 3점대(10점 만점)의 박한 점수를 줬다.
이번 조사에서 ‘소득주도성장을 계속 추진해야 한다’는 응답은 4%에 불과했다. 소득주도성장의 핵심인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응답이 대부분이었다. 내년 인상폭에 대해선 동결(48%)하거나 평균 7.8%였던 예년 수준보다 낮게 책정(35%)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2017년 5월 10일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소득주도성장·혁신성장·공정경제’를 골자로 한 경제 정책을 펴왔다. 대기업 위주의 수출주도 성장이 양극화를 부추긴다고 진단한 정부는 가계소득을 끌어올려야 한다며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밀어붙였다. 지난 2년간 최저임금이 29.1% 급등했고 주 52시간 근로제가 도입됐다. 이 정책의 결과로 기업 투자가 줄었고 일자리는 대거 사라졌다.
성장·고용지표, 금융위기 후 최악
소득주도성장의 부작용은 여러 경제지표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올 1분기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 분기보다 0.3% 감소했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던 2008년 4분기(-3.3%) 후 10년3개월 만의 최저치다. 기업 투자가 대폭 줄면서 성장률을 끌어내렸다. 기업 투자를 나타내는 설비투자 증가율은 올해 1분기 -10.8%를 기록했다. 외환위기(1998년 1분기) 이후 21년 만에 가장 낮았다. 상하위 계층 간 소득 격차를 보여주는 5분위 배율(1분위 소득 대비 5분위 소득)은 지난해 4분기 5.47배로, 작년 4분기(4.61배)보다 0.86포인트 올랐다.
지난해 전체 취업자 수는 2682만2000명으로 전년과 비교해 9만7000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2009년(8만7000명 감소) 이래 최저치다. 올해 3월 청년의 체감실업률은 25.1%를 기록하며 통계 발표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체감실업률은 단기 아르바이트와 장기 취업준비생, 취업 포기자도 포함하는 넓은 의미의 실업률이다. 청년 4명 중 1명이 사실상 실업자라는 얘기다.
정부, 소득주도성장 정책 속도 조절할까
정부도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다. 일부 정책은 수정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문 대통령은 취임 2주년 대담에서 내년도 최저임금과 관련해 “2020년까지 1만원으로 올리겠다는 공약에 얽매여 그 속도로 꼭 인상돼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내년 인상분에 대해선 “우리 사회와 경제가 어느 정도 수용할 수 있는지 적정선을 찾아 결정해야 한다”며 속도 조절 가능성을 시사했다.
문재인 정부 초대 청와대 경제수석을 지낸 홍장표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 위원장도 “소득주도성장 정책 가운데 수정할 것은 수정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소득주도성장 정책 가운데 필요한 부분은 수정하고 보완하면서 미진한 것들은 속도를 내야 한다”고 했다.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인 국민경제자문회의의 이제민 부의장 역시 “최저임금 인상과 노동시간 단축은 경제에 상당한 충격을 주는 조치이지만 속도와 방법을 충분하게 고려하지 않고 추진했다”고 말했다.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 속도를 늦추는 것은 물론 소득주도성장 기조를 전면 손보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NIE 포인트
소득주도성장이 무엇이고 추진 배경이 무엇인지 알아보자. 경제 전문가들이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반대하는 이유를 생각해보자. 소득주도성장이 우리 경제에 미친 부작용과 파급 효과 등을 놓고 토론하고, 보완점도 논의해보자.
김익환 한국경제신문 경제부 기자 lovepen@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