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들이 치매보험 출시 초기에는 가벼운 치매 진단에도 높은 보험금을 제공하는 상품을 쏟아냈지만 향후 고객들에게 지급할 보험금 부담이 커지자 조정에 나선 것이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메리츠화재 등 주요 손보사는 치매보험에서 보장하는 경증치매 진단비를 모두 하향 조정했다.
이 가운데 하향폭이 가장 큰 곳은 메리츠화재였다. '(무)메리츠 간편한 치매간병보험'의 경증치매 진단비는 출시 초기 3000만원이었으나 4월부터 66.7% 감소한 1000만원으로 변경됐다.
같은 시기에 현대해상·KB손보는 '간단하고 편리한 치매보험', 'KB The간편한치매간병보험'의 경증치매 진단비를 각각 20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50% 감축했다. DB손보의 '가족사랑치매보험'은 60세 이하인 경우 경증치매 진단비를 1000만원까지 지급했으나 현재는 500만원을 지급한다.
삼성화재는 '유병장수 100세 플러스'가 출시된 2월에는 경증치매 진단비로 1500만원을 보장했으나 3월 이후부터는 1200만원으로 20% 줄었다.
손보사 한 관계자는 "경증치매 진단 시에도 거액의 보험금을 지급한다는 점이 화제가 되면서 이를 노린 보험 계약자들이 급증했다"며 "이에 상품 개정을 통해 보장 수위를 낮췄다"고 말했다.
치매는 관련 전문의 검사 결과에 따른 임상치매척도(CDR)를 기초로 경증치매와 중증치매로 나뉜다. CDR은 경증치매 1~2점, 중증치매 3~5점에 해당한다.
경증치매는 기억력이 떨어지고 사회생활에 일부 제약이 있지만 일상생활이 어느 정도 가능하다. 중증치매는 인지능력이 현격히 떨어져 일상생활에 도움이 필요한 상태를 의미한다.
과거 치매보험은 중증치매 진단을 받아야 보험금을 받을 수 있었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경증치매 진단에도 수천만원 진단비를 지급하는 상품이 나오면서 경쟁에 불이 붙었다.
생보사에서 출시한 상품은 일시적으로 지급하는 진단비보다 오랫동안 지급하는 간병비를 더 보장하는 것과 달리 손보사는 일시에 지급하는 통 큰 진단비를 내세운 것도 한 몫했다.
이에 금융감독원은 경증치매 진단만으로 거액의 진단비를 제공하면 보험사기를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하며 제동에 나섰다.
기존에는 타사 가입 현황을 보험 가입 한도에 포함하지 않았으나 현재는 다른 보험사 치매보험 상품까지 합쳐 최대 2000만원으로 가입 한도를 규정하고 있다.
정성희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치매보험은 가입 후 실제 보장받는 시점까지 최소 20년 이상의 장기간이 소요되는 상품이므로 보험사들의 단기적인 상품경쟁은 지양해야 한다"며 "경증치매의 보장 금액이 과도하게 설정돼 있지 않은지 보험업계의 면밀한 검토와 대비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차은지 한경닷컴 기자 chachac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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