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자證, 추가이익 가져가
[ 이고운 기자 ] 코넥스시장에서 코스닥시장으로 이전상장하는 기업이 주관 증권사에 신주인수권(회사가 발행하는 신주를 인수할 권리)을 준 첫 사례가 생겼다.
오는 27일 코스닥에 이전상장하는 체외진단기술 보유 회사 수젠텍은 기업공개(IPO) 대표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에 공모가(1만2000원)로 신주 4만5000주를 살 권리를 부여했다. 신주인수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기간 동안 수젠텍의 주가가 신주인수권 행사가격(공모가인 1만2000원)보다 오르면 한국투자증권은 IPO 대표주관 수수료에 더해 신주인수권을 통한 ‘플러스 알파’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행사 가능 기간은 상장 후 3개월~1년6개월 사이다.
국내 공모기업이 대표주관 업무의 보상으로 증권사에 신주인수권을 주는 사례는 지난해부터 등장하기 시작했다. 테슬라 요건 상장(적자기업 특례상장) 1호인 카페24와 성장성 특례상장(주관사 추천 특례상장) 1호인 셀리버리가 대표주관사에 신주인수권을 줬다. 두 경우는 주관 증권사가 상장 후 일정 기간 공모주 일반 청약자에게 환매청구권(풋백옵션·공모가의 90%로 주식을 되사가라고 요구할 수 있는 권리)을 부여했기 때문에 손실을 볼 위험을 지고 있다는 점을 보완하기 위한 조치였다. 또 지난해 바이오기업 올릭스와 정보보안 기술기업 휴네시온이 주관사에 신주인수권을 주기도 했으나 공모기업 전반으로 확산되지는 않았다.
올 들어서는 수젠텍이 첫 사례다. 특히 코넥스시장에 이미 상장한 회사가 이전상장하는 과정에서 신주인수권을 주관업무에 대한 ‘당근’으로 사용한 것은 국내 업계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증권사 입장에서는 행사 기간 동안 해당 기업의 주가가 행사가격보다 높으면 수익을 실현할 수 있고, 반대의 경우 신주인수권 행사를 포기하면 그만이기 때문에 손실 가능성은 없다. 한 증권사의 IPO 담당 임원은 “증권사 관점에서는 이런 보상을 받으면 좋지만, 공모기업 관점에서는 이 권리가 추후 행사되면 주요 주주의 지분이 희석되기 때문에 무작정 보상으로 제공할 수는 없다”며 “특별한 사정이 있거나 주관사와 관계가 아주 좋아야 줄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최근 코넥스시장에서 수젠텍 주가가 공모가 밑으로 떨어져 실제로 한국투자증권이 이 권리를 사용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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