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출구전략 필요한 평화정책

입력 2019-05-20 17:34  

박동휘 정치부 기자 donghuip@hankyung.com


[ 박동휘 기자 ] 귀를 의심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20일 발언을 듣고 나서다. 그는 당 최고위원회에서 “북한도 지체 없이 개성공단 기업인의 방북을 허용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통일부가 기업인 방북을 ‘승인’한다고 발표한 건 지난 17일이다. 개성공단 폐쇄 이후 3년3개월 만의 방북인데, 북측과 상의 없이 발표부터 이뤄졌다는 얘기다. 정부 발표 후 사흘이 지났지만 북한은 여태껏 초청장을 내주지 않고 있다.

17일 통일부의 개성공단 방북 승인 발표도 석연치 않았다. 정부 승인이 날 것이란 얘기는 점심께부터 돌았다. 개성공단기업인연합회 측도 부인하지 않았다. 하지만 통일부는 발표를 미뤘다. 청와대의 재가를 기다리는 듯했다. 청와대가 오후 5시를 넘겨 800만달러 규모의 대북 인도적 지원 내용을 담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결과를 공개하자 그제서야 통일부도 방북 승인을 발표했다.

당시 북한 전문가들은 “북측의 결정을 지켜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신반의할 수밖에 없는 분석이었다. “청와대가 통일부 발표를 미뤄가면서까지 조율했는데 설마….”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이 대표의 20일 발언이 이를 증명해줬다.

‘북(北)의 호의’는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순항하는 대전제다. 남북 대화로 미·북 협상을 견인한다는 것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어떤 일이 있어도 남과 대화하겠다고 공언했다. 지난해 4월 판문점선언과 9월 평양선언이 그에 대한 약속이다. 하지만 북한은 2월 미·북 2차 정상회담 결렬 후 우리 정부와의 대화 통로를 차단했다. 대신 이달에만 두 번의 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반도 전역을 표적권에 둔 신형 무기다.

또 하나의 대전제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외정책 기조마저 변하고 있다. ‘내 앞마당에 미사일만 떨어지지 않으면 된다’는 트럼프식 ‘님비주의’가 사그라들고 있다. 북한을 ‘악의 축’으로 불렀던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 보좌관 등 ‘매파’가 트럼프 대통령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반복적으로 나오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평화외교에 ‘출구 전략’이 필요한 이유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것보다는 우보천리(牛步千里)가 나은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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