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 재고 증가 원하는 곳 없어"
"다음달 시장 상황 변할수도"
하반기 증산 가능성은 열어둬
[ 선한결 기자 ] 사우디아라비아를 포함한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과 러시아 등 비(非)OPEC 산유국 등이 현행 원유 감산정책을 연말까지 연장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중동 지역 긴장 수위가 높아지는 가운데 감산정책까지 연장되면서 한동안 유가가 오름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로이터와 알자지라 등에 따르면 OPEC과 제휴 산유국은 19일(현지시간) 사우디 제다에서 장관급 공동위원회(JMMC)를 열고 감산조치를 올 하반기까지 연장하는 안을 논의했다. OPEC 맹주 격인 사우디의 칼리드 알 팔리 에너지장관은 이날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회의 참여국들은 만장일치로 원유 수요와 공급 간 안정을 위한 노력을 계속하기로 했다”며 “원유 재고를 조심스레 감소해야 한다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고 말했다.
OPEC과 제휴 산유국은 작년 12월 원유 생산량을 하루 120만 배럴씩 6개월간 감산하기로 합의했다. 감산 조치는 지난 1월부터 시행됐다. 올 하반기 원유 생산량은 다음달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리는 회의에서 결정할 예정이다. 지난 2일부터 미국의 원유 수출 전면 제재 조치를 적용받는 이란은 이번 JMMC에 대표단을 보내지 않았다.
OPEC 주요 산유국은 석유 공급이 이미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알 팔리 장관은 이날 “원유 재고량은 계속 증가세라 공급량은 충분하다”며 “산유국 중 어느 곳도 석유 재고가 증가하길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수하일 모하메드 알 마즈루이 아랍에미리트(UAE) 에너지장관 역시 “아직 공급과 수요 추이를 볼 시간은 충분히 남았다”며 “그 사이에 기존 합의를 변경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주요 산유국이 작년의 국제 유가 하락세가 재연될까봐 우려한다고 분석했다. 국제 유가는 공급 과잉 우려가 커지면서 작년 말 두바이유 기준 배럴당 50달러 선까지 빠졌다.
산유국들이 증산 가능성을 아예 배제한 것은 아니다. 알 팔리 장관은 이날 “원유시장은 대단히 민감한 상태라 산유국들이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며 “다음달엔 상황이 변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비OPEC 산유국을 주도하는 러시아의 알렉산드르 노박 에너지장관 역시 “다음달부터 제재 당사국(이란) 등의 감산 영향이 나타날 것”이라며 “원유 시장에 공급 부족 현상이 나타난다면 증산 관련 선택지를 검토할 준비가 돼 있다”고 설명했다.
국제 정세가 최대 관건이다. 국제 유가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여파로 내렸다가 최근 UAE의 유조선과 사우디의 원유 수송시설이 각각 공격받는 등 중동 일대가 긴장에 빠지면서 반등했다. 사우디와 이란은 날이 갈수록 서로 각을 세우고 있다. 19일 아델 알주바이르 사우디 외무장관과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각각 상대가 전쟁에 나설 경우 피하지 않고 전면전에 나설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사우디는 18일엔 걸프 해역 긴장 상황을 논의하기 위해 걸프협력회의(GCC)와 아랍연맹(AL) 긴급정상회의를 요청했다. 이 회의는 오는 30일 사우디 메카에서 열릴 예정이다.
브렌트유는 20일 배럴당 73.11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전일 대비 1.25%(0.90달러) 올랐다.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는 17일 내놓은 보고서에서 “중동 일대 군사적 긴장과 미·중 무역 협상 추이에 따라 브렌트유 가격이 극단적으로 달라질 것”이라며 “배럴당 최저 50달러, 최고 90달러까지 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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