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킹달러'에 나타나는 변화의 조짐

입력 2019-05-21 06:58   수정 2019-05-21 07:07

오르기만 하던 '킹달러'가 조금씩 모멘텀을 잃어가는 걸까요.

작년 하반기부터 지속적으로 상승해온 달러화 가치가 20일(현지시간) 월요일 주춤했습니다.
ICE 달러인덱스(6월물)는 이날 미국 동부시간 오후 5시를 기준으로 전날보다 0.05% 떨어진 97.775를 기록했습니다.


작년 9월까지만해도 92대를 기록하던 달러는 세계 경기 둔화 우려가 불거지면서 꾸준히 상승해왔습니다. 작년 말 만난 월가의 전문가들은 대다수가 2019년에는 신흥시장이 각광받으면서 달러 강세가 꺾일 것이라고 예측을 했었습니다.

하지만 달러는 올들어서도 지속적으로 올라왔습니다. 미국 경제가 좋지 않을 땐 세계 경제가 더 좋지 않다는 핑계로 올랐고, 미국 경제가 1분기 3.2%를 기록하는 등 미국의 경기 둔화 우려가 사라지자 또 더 상승했습니다.


지난주엔 미중 무역분쟁이 심화되고, 이란발 중동 분쟁 가능성이 높아지자 '안전자산'으로 인식되면서 추가로 급등했습니다. 지난주에만 달러화 가치는 0.7% 가량 올랐고, 올들어 2% 가량 상승해 2017년 3월 이래 최고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그사이 원화 가치는 달러당 1200원대를 위협할 수준까지 떨어졌습니다.

하지만 이날은 조금 달랐습니다. 미국 정부가 중국 화웨이와의 거래를 막은 뒤 구글 인텔 퀄컴 등이 줄줄이 화웨이와 거래를 끊으면서 미중 갈등은 점점 더 해결 가능성이 약해지고 있습니다. 이에 Fed가 혹시 기준금리를 인하하려는 움직임을 보일 수 있다는 시각이 강해지고, 이 때문에 22일 발표될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을 확인하고 가자는 경계 심리가 불거졌습니다.


최근 한 월스트리트 투자은행에선 달러가 조금씩 약세로 돌아설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재정적자와 무역적자 등 미국의 쌍둥이 적자가 다시 커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달러의 가치는 중장기적으로 이 쌍둥이 적자와 연동되어 움직여 왔습니다.

그런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한 뒤 감세를 실시하고 재정 지출은 늘리면서 다시 국내총생산(GDP) 대비 적자 비중이 커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여전히 달러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지난주 도이치뱅크의 FX 시장 분석가들은 올 여름 세계 통화시장이 급변동하면서 다시 달러가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미중 무역분쟁이 심화되고 세계 경제 침체 가능성이 커지면 달러가 안전자산으로 각광받을 것이란 분석이었습니다. 또 브렉시트 가능성도 여전히 살아있는 만큼 유로화가 추가 약세를 보일 수도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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