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포럼] 우주기술, 프랑스가 산업국가로 변신한 힘

입력 2019-05-22 17:19  

1969년 달착륙 능가할 거대 우주계획들
성장 이끌고 일자리 만드는 데 기여할 것
우주정책 컨트롤타워 세우고 예산 늘려야

류장수 < 한국우주기술진흥협회장·AP위성 대표 >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에서 제3차 한·불 우주포럼이 열렸다. 유럽우주기구(ESA)를 독일과 함께 이끌고 있는 프랑스는 한국과의 우주산업 협력에 적극적이어서 매년 우주포럼을 열고 있다. 이번 포럼에서는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아녜스 파니에뤼나셰 프랑스 재정경제부 장관이 개회 연설을 했다.

포럼의 최대 관심은 4차 산업혁명 시대, 우주의 역할은 무엇인가에 모아졌다. 세부 주제에 따라 5개 세션으로 토론이 진행됐다. 그중 한 세션의 주제는 아예 ‘우주와 4차 산업혁명’이었다. 나머지 세션에서도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로봇산업 등에서 우주기술의 기여가 강조됐다. 마치 우주기술 없이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는 듯했다.

프랑스는 1960년대 초 국립우주센터(CNES)를 설립, 당시 우주개발을 주도하던 미국과 옛 소련(현 러시아)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후 프랑스는 우주산업에서 엄청난 성공을 거뒀다. 미국 보잉에 견줄 만한 에어버스의 약진, 미국 항공우주국(NASA) 독주 체제였던 우주발사체 개발사에서 아리안스페이스의 시장 장악은 지금도 놀랄 정도다.

장이브 르갈 CNES 원장은 포럼 내내 한국의 과학기술과 정보기술(IT)산업의 저력을 높이 평가하며 한국과의 협력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 밖에 장마크 나스르 에어버스 아시아·태평양 총괄사장, 스테판 이스라엘 아리안스페이스 대표 등 프랑스 우주산업계 거두들의 의견을 간략히 정리하면 프랑스의 앞선 우주산업기술과 한국의 IT산업기술을 융합하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한·프랑스 양국이 주도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었다.

이번 포럼에서 떠오른 또 다른 관심사는 우주산업계에 곧 불어닥칠 변화의 물결이었다. ‘신(新)우주시대’로도 부르는 이 개념은 아직 구체적으로 정립되지 않은 듯하다. 국가 주도 우주개발에 대기업은 물론 벤처기업도 참여할 여건이 조성된다는 측면에서 신우주시대의 의미를 찾는 전문가도 있다. 수년 안에 본격화될 달·화성 탐사, 그리고 대규모 소형위성 군집 사업과 재사용 우주발사체 사업이 현실화되는 데서 찾는 이도 있다. 확실한 것은 9개에 달하는 나라가 달·화성 탐사를 넘어 인간 거주지 건설 계획에도 들어갔다는 점이다. 수년 내 1969년 미국의 유인 달 착륙 업적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큰 우주개발 활동이 현실화될 것이다.

그렇다면 신우주시대에 한국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세계 각국은 경제적 측면과 국민의 자긍심·국력 측면을 고려해 우주산업과 우주탐사 정책을 펼치고 있다. 한국도 큰 틀에서는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경제적 측면에서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끌 수 있는 신성장 산업과 일자리 창출 산업이 절실하다. 위성 제조 및 활용 산업만큼 이에 딱 맞는 산업을 찾기도 힘들다. 따라서 우주산업 육성 정책은 시대가 요망하는 상황이라 할 수 있다.

프랑스가 농업국가, 예술국가 이미지에서 세계를 주도하는 산업국가로 탈바꿈하는 데 우주항공산업이 큰 역할을 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프랑스는 한국보다 25년여 앞서 우주항공산업 육성에 국가적 역량을 쏟아부었고, 그 결과가 오늘날의 프랑스를 만들었다. 한국은 경제 규모로 볼 때 프랑스 우주산업을 따라가는 데 그리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번 포럼의 한국 측 참가자들이 한결같이 지적하는 사항은 두 가지다. 하나는 우주산업에 투자하는 국가 예산을 증액해야 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정부 각 부처에 산재한 우주 정책을 협의하고 조정할 수 있는 우주전담조직을 조속한 시일 안에 꾸려야 한다는 것이다.

내년에는 4차 한·불 우주포럼이 프랑스에서 열린다. 그때는 우주산업계에서 제기하는 두 가지 숙원사항이 풀려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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