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통신업체, 화웨이폰 출시 연기
美 라이트하이저 "中 공동 압박"
[ 강동균/김동욱 기자 ] 미국과 중국이 무역전쟁에서 유럽을 아군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 유럽의 지지를 확보해 상대방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겠다는 의도로 분석된다.
22일 인민일보에 따르면 중국 공산당 서열 3위인 리잔수(栗戰書)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이 지난 18~21일 오스트리아를 공식 방문했다. 그는 알렉산더 판데어벨렌 오스트리아 대통령과 만나 미국의 일방주의에 맞서 다자주의와 자유무역을 수호하는 데 협력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리 상무위원장은 “다자주의와 자유무역 수호는 국제 사회의 공통된 책무”라며 “일방주의와 보호무역주의는 세계 조류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의 제재 일변도 무역정책에 대해 “다른 국가의 이익을 해칠 뿐 아니라 자신의 이익도 해친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중국은 줄곧 대화와 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을 주장해왔다”며 “단 협상엔 원칙이 있다. 국제무역 규칙에 부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함께 협력해 미국의 공세에 맞서야 한다”고 요청했다.
앞서 중국 공산당 서열 1, 2위인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리커창(李克强) 총리도 잇따라 유럽을 찾았다. 시 주석은 3월 말 이탈리아와 프랑스, 모나코를 순방했고 이탈리아와는 일대일로(一帶一路: 육·해상 실크로드)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해 미국의 강력한 반발을 사기도 했다. 리 총리는 지난달 크로아티아를 공식 방문하고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제21차 중·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 참석해 경제협력 강화와 다자주의 수호를 역설했다.
이에 맞서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23일 프랑스 파리에서 유럽 및 일본 관계자들과 만나 중국 정부의 산업보조금 정책에 대한 공동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이번 회동은 22일부터 이틀간 열리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장관급 회의 일정에 맞춰 별도로 마련된 것이다.
이런 가운데 영국의 세계적 반도체 설계 업체인 ARM이 중국 통신장비 업체인 화웨이와 거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BBC가 22일 보도했다. 영국 대형 통신업체 EE, 보다폰 등도 화웨이의 5세대(5G) 스마트폰 개통을 중단하기로 했다.
또 일본에선 이동통신업계 3위인 소프트뱅크가 24일 화웨이의 신형 스마트폰인 ‘P30 라이트’ 시리즈를 발매할 계획이었지만 이를 갑작스레 취소했다. 2위인 KDDI도 발매일을 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무기한 연기했다.
앞서 일본 정부는 미국의 요청에 따라 화웨이의 5G 통신설비 등 관련 제품을 사용하지 말 것을 업계에 주문했다.
베이징=강동균/도쿄=김동욱 특파원 kd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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