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달러당 위안화 환율이 7위안을 넘어서는 '포치(破七)'를 용인할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이다. 이를 용인하면 자본유출과 금융불안 등 불리한 점이 많아서다. 위안화가 7위안선에서 머문다면 달러당 원화(원·달러) 환율도 1200원 전후로 추가 상승이 제한될 것으로 예상된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중국은 달러당 위안화 환율을 안정시키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21일 중국의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홍콩에서 위안화 환율 안정을 위한 채권인 중앙은행증권을 추가로 발행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15일 해당 증권을 200억위안 가량 발행했지만 추가 발행을 결정했다. 중앙은행 증권은 인민은행이 발행하는 일종의 단기 채권으로 시중 유동성을 줄이는 수단이다.
20일에는 '포치'를 막기 위해 긴급 구두개입에 나섰다. 판궁성 인민은행 부행장은 "우리는 위안화 환율을 합리적이고 균형적인 수준으로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의 이같은 노력에도 시장 참가자들의 심리가 크게 반영되는 역외 위안화(CNH)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이날 오전 9시26분 현재 역외 시장에서 거래되는 달러당 위안화 환율은 6.93위안을 기록 중이다.
금융투자업계는 중국이 '포치'를 허용할 가능성이 낮다고 진단한다. 중국이 이를 허용해도 득보다는 실이 더 많아서다.
먼저 자본이 유출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위안화 상승(위안화 약세)으로 위안화자산의 가치가 떨어져서다. 위안화 약세는 외국인에 있어 환차손 요인인 동시에, 미중 무역분쟁 등의 현 상황에서 위안화의 상승은 경기침체에 대한 경계심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자본유출은 또 금융에 대한 불안으로 연결돼 통화정책을 사용하는 데 부담이 된다. '포치'를 허용하면 위안화의 방향이 한 쪽으로 고정(가치 하락)되고, 경기 변화에 따라 금리인하 등 통화정책을 사용하는 데 있어 선택폭이 줄어들게 된다.
위안화 환율이 오르면 내수에도 타격이 생긴다. 중국 경기는 수출은 물론 내수 의존도도 높다. 수출 기업들에게는 위안화의 상승이 유리할 수 있지만 반대로 수입 측면에서는 부담이다.
김경환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중국이 '포치'를 용인하게 되면 유리한 점보다는 불리한 점이 더욱 많다"며 "최근 중국 정부의 행보를 봤을 때 미중 무역분쟁 상황 아래서는 환율시장 개입과 적절한 방어에 나설 가능성이 더욱 높다"고 짚었다.
중국이 '포치'를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면서 원·달러 환율도 1200원 전후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원화는 통상적으로 위안화와 흐름을 같이 한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급격하게 상승한 원인은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중국의 경기둔화 우려가 불거진 탓이다.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만큼 중국의 경기둔화가 한국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어서다.
권희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의 환율 상승은 물가 상승과 자본 유출을 더욱 자극할 수 있어 중국 인민은행은 7위안 수준을 지킬 것"이라며 "원·달러 환율도 1200원선을 전후로 추가 상승이 제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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