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환경속에서 자란 세대
간결한 의사소통 방식에 익숙
“요즘 젊은 애들은 도통 이해할 수가 없다니까.” 일전에 만난 관리자 한 분이 탄식을 합니다. 신세대 직원들은 회사에 일하러 오는지 놀러 오는지 구분이 되지 않는다면서요.
기업 내 신세대라고 하면 우리는 대체로 밀레니얼세대와 Z세대를 생각합니다. 밀레니얼세대는 1980년부터 2000년 사이 출생자를 말하고, Z세대는 1996년 이후 출생자를 뜻하니 두 세대가 완전히 구분되는 것은 아닙니다. 1996년 이후 출생자라고 하니 까마득한 후배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조만간 사회에서 만날 사람들입니다. Z세대가 이미 한국 인구의 12.5%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밀레니얼세대도 Z세대는 감당하기 어렵다고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든다는 것이지요. Z세대, 과연 무엇이 그리도 남다를까요.
Z세대를 이해하는 키워드는 인터넷과 스마트폰입니다. Z세대는 인터넷환경 속에서 태어났고 감수성이 민감한 10대 시절에 스마트폰을 만났습니다. 풍족한 정보와 검색의 자유를 경험하며 자란 이들은 이른바 디지털 네이티브입니다. Z세대는 모든 정보가 공개되고 검색 가능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투명성을 신봉하는 신세대는, 지식과 정보를 독점해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기성세대와 사사건건 충돌합니다. Z세대가 신봉하는 투명성이란 이런 것입니다. 정보는 누구도 독점해서는 안 되는 공공의 자산이며 원하는 사람은 쉽사리 정보를 찾을 수 있어야 합니다. 기성세대는 독재적, 억압적 세상에서 자랐기에 리더가 거짓말을 하지 않는 정직함만 보여도 충분히 만족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Z세대는 리더가 모든 정보를 공개하고 공유하는 투명성을 보여줘야 만족합니다.
리더의 투명성·간결소통 원해
스마트폰이 만들어낸 만성 정보과잉 상태는 Z세대가 간결함과 신속함을 선호하는 이유입니다. 과잉정보에 노출된 Z세대는 그 많은 정보를 소비하기 위해 나름의 의사소통 방식을 개발했습니다. 먼저 일상 대화에서 그들은 줄임말을 사용합니다. 문화상품권을 뜻하는 ‘문상’, 인사이더를 뜻하는 ‘인싸’는 더 이상 신조어도 아닙니다. 그들은 정보도 요약해서 봅니다. 인터넷에 게시된 긴 문장 아래에 ‘스압(스크롤 압박)으로 읽기 어려우니 세 줄로 요약 바람’이란 댓글을 본 적이 있나요. 그건 십중팔구 Z세대가 쓴 것일 겁니다. 이는 Z세대가 뭐든 요약해서 핵심만 가져가고자 하는 성향을 반영합니다. 책도 요약본을 읽고 영화도 유튜버의 리뷰로 먼저 소비하는 그들은 한마디로 요약의 달인입니다.
Z세대는 인간관계에서도 간결함을 선호합니다. 그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즐기는 것도 이 관점에서 보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사람을 직접 만나면 부담스러우니 온라인으로 대화하자는 거지요. Z세대들은 친구와 가족이 아니라면 전화로 대화하는 것을 불편하게 여깁니다. 내가 하고픈 말만 적어서 보내고 상대방도 답하고 싶을 때에 답하는 SNS가 이들에게는 전화보다 더 편한 의사소통 방식이지요.
마지막으로 Z세대는 진지함보다 재미를 선호하는 성향을 보입니다. 학창시절부터 경쟁에 시달렸던지라 이들은 누군가를 이겨야 한다는 강박적 환경에 지쳐있습니다. 그래서 그에 대한 반발로 경쟁과 진지함을 내려놓고 가벼운 재미를 추구하며 살지요.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좇는 트렌드도 사실은 재미를 추구하는 경향의 연장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빠른 승진으로 사무실 구석자리를 차지하는 것보다 토요일 아침에 TV를 보면서 배달 브런치에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는 게 더 행복하다’는 말은 소확행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의 현주소를 보여줍니다.
외계인 같기도 하고 외국인 같기도 한 Z세대와 어떻게 하면 공존할 수 있을까요. 저는 이렇게 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한국말 잘하는 교포라고 생각하고 그들의 스타일을 반영해서 일하고 대화하지요. 이 방법은 나름 이론적 근거를 갖고 있습니다. X세대가 청소년 시절이던 1987년 1인당 GDP는 3510달러에 그쳤습니다. Z세대가 청소년이던 2007년 1인당 GDP는 2만3060달러였습니다. 큰 차이입니다. 이쯤되면 X세대와 Z세대는 서로 다른 나라에서 자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1인당 GDP 2만3000달러는 1989년 미국의 1인당 GDP 수준에 해당합니다. Z세대의 정서가 미국에서 청소년기를 보낸 교포의 정서와 비슷해 보이는 이유도 이 때문이지요.
Z세대를 아우르고 활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들이 선호하는 업무 스타일을 이해하고 적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Z세대는 계약주의 업무방식에 익숙합니다. Z세대가 말하는 계약주의란 거래 대상과 교환 방식을 명확하게 정의하고, 그에 맞춰 자신에게 할당된 업무에만 집중하는 것입니다. 그들에게 일을 시키고 책임을 물으려면 의사소통 방식이 분명해야 합니다.
계약주의 업무방식에 익숙
계약주의 업무지시 4단계는 이렇습니다.
1단계, 업무의 목적인 ‘WHY’를 설명하세요. 업무를 주기 전에 왜 그 일을 해야 하는지 먼저 스스로 묻고 답해보세요. 자신의 답이 분명해지면 그 답을 가지고 직원을 만나 업무를 시키면서 업무의 의미를 설명하는 겁니다. 직원이 월급을 받았으니 회사가 시키는 일은 무엇이든 해야 한다는 식의 지시로는 Z세대 구성원의 호응과 열정을 끌어내기 어렵습니다.
2단계, 업무 목표와 기한 즉 ‘WHAT’과 ‘WHEN’을 말해주세요. 많은 관리자가 업무를 지시하면서 자신이 기대하는 결과물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말하지 않습니다. 사실은 관리자 자신도 잘 모르기 때문이지요. 과제의 끝그림이 분명한 관리자는 ‘방법론 위주로 파워포인트 다섯 장 이내로 내용을 정리해서 수요일 오전 10시까지 가져오게’ 식으로 말할 수 있습니다. 기대하는 결과가 무엇인지 모호하게 말해주고서 직원이 만든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다시 일을 시키는 것은 관리자가 자신의 전문성 부족을 폭로하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3단계, 방법론 ‘HOW’에 대해서는 직원에게 맡겨주세요. 업무 방법을 잘 알고 있더라도 직원이 묻기 전까지는 말해주지 않는 게 좋습니다. 직원이 스스로 방법을 찾아내는 경험을 관리자가 박탈하는 실수를 저지르게 되니까요.
4단계, 구성원에게 돌아가는 이익 즉 ‘WIIFY(What’s In It For You)’를 설명해주세요. 업무를 수행한 담당자에게 업무 경험이 어떤 이익을 가져다줄지 설명하는 것을 말합니다. 기성세대는 왜 이런 일까지 해야 하느냐고 묻겠지만 누구는 자신에게 이익이 되지 않는 일에는 열정이 없습니다. Z세대는 더더욱 그렇고요.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건가 싶은 자괴감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 모두 이건 인정해야 합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신세대가 대세를 이룰 겁니다.
투명성, 간결함, 재미를 추구하는 Z세대를 비난하는 대신에 그들을 현실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들이 기업에서 성과창출과 자아실현 기회를 갖도록 돕는 것, 그것이 기성세대가 감당해야 할 책임입니다.
김용성 < 피플앤비즈니스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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