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저승사자' 생크를 피하는 법
‘이 이야기’는 시작하려고 마음을 먹는 순간 어김없이 악몽이 떠오른답니다. 바로 ‘생크(shank)’입니다. 일본 투어에서 뛸 때인데, 마지막 홀에서 50m 어프로치를 남겨놓고 핀에 공을 붙이려던 어프로치 샷이 생크가 난 겁니다. 공이 비행접시처럼 오른쪽으로 크게 휘어서 발 디딜 틈 없이 꽉 들어찬 갤러리 속으로 들어가버리고 말았죠. 어딘가로 숨어버리고 싶은 창피함은 둘째치고 또다시 생크가 나는 건 아닌가 하는 엄청난 공포감이 밀려왔지만, 다행히 마지막 홀이라 안도했던 잊으려야 잊을 수 없는 기억이 있습니다.
척추가 앞으로 쏠려 벌어지는 참사
생크가 뭔지 모르는 분은 아마 없을 겁니다. 호젤(클럽헤드의 목 부분)에 공이 맞아 오른쪽으로 크게 휘는 ‘미스 샷 중의 미스 샷’이죠. 어떤 프로들은 통제불능인 미사일이 날아가는 듯하다고 해서 ‘호젤 로켓’이라고 부르기도 하고요.
그런데 내가 왜 생크를 냈는지 잘 몰라 ‘어 왜 이러지? 뭐가 문제지?’ 하고 어리둥절해하는 골퍼가 많다는 게 진짜 문제인 것 같아요. 이유를 알아야 자가 교정이 가능하니까 말이죠.
원인은 정말로 다양합니다. 공이 몸에 너무 가깝게 어드레스했거나, 셋업 시 체중이 뒤꿈치에 쏠려 있거나, 어깨나 발이 공 쪽으로 덤비거나, 클럽헤드가 백스윙에서 열렸다가 다운스윙에서 닫히지 않거나, 손을 써서 공을 좀 더 정확히 때리려다 손이 몸에서 멀어지거나, 왼발은 열고 왼쪽 어깨는 닫은 ‘X크로스’ 어프로치 셋업을 했거나 등이죠. 한마디로 그립을 잡은 손뭉치가 다운스윙 때 원래 궤도(위치)에서 벗어나 공 쪽으로 쏠리게 하는 동작들입니다.
물론 공을 정확하게 때리려다 생크가 나는 건 스스로 손뭉치를 앞으로 밀어내서 생기는 거고요. 생크가 한 번 나면 더 완벽하게 다음 스윙을 하려고 애쓰지만 또 생크가 나는 경우가 많은 이유랍니다. ‘내가 뭘 잘못했지?’ 하며 화가 날 수밖에 없죠. 주의를 기울이면 기울일수록 몸통에서 손과 팔이 분리되고, 결국 몸통을 등 뒤로 당겨주는 구심력이 약해지지만 클럽을 궤도 밖으로 당기는 원심력이 갑자기 강해진다는 걸 인식하지 못한 결과입니다.
팔 대신 몸을 쓰자
원인을 알았으니 이젠 해법입니다. 우선 갑자기 생크가 났을 때인데요, 이땐 일단 응급처치를 해야 합니다. ‘생크파티’를 피하려면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는 게 가장 중요하죠. 먼저 첫 번째는 공을 헤드 토 쪽에 놓고 어드레스하는 겁니다. 클럽헤드로 공을 친다는 느낌을 가지면서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우선 찾자는 거죠. 두 번째는 셋업 때의 손 위치 그대로 돌아오는 스윙 이미지를 되새기는 겁니다.
이번엔 생크를 막는 셋업과 스윙법입니다. 먼저 체중 분배입니다. 어드레스 때 체중이 뒤꿈치 쪽에 쏠려 있으면 반대로 다운스윙 때 몸통이 앞으로 기울면서 손뭉치를 앞으로 밀어내는 보상 동작이 나올 확률이 높습니다. 임팩트 때 몸이 앞으로 쏠리지 않도록 배꼽이 등 뒤쪽으로 당겨지는 듯하게 버텨주고, 손뭉치는 왼쪽 허벅지를 스칠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배꼽 쪽으로 바짝 당겨주는 게 두 번째고요.
마지막으로 뒤꿈치 통제입니다. 임팩트 때 체중이 왼발에 탄탄히 실리는 느낌을 확실히 갖는 동시에 오른발 뒤꿈치는 임팩트 때까지 지면에서 떼지 않는 겁니다. 대신 오른발 안쪽 라인이 지면에 가까이 가고, 오른 무릎이 왼무릎에 가까이 붙는 듯한 느낌이 나는 게 좋습니다. 모두 손뭉치가 앞으로 밀리는 걸 막아주는 장치들입니다.
궁극적으로는 팔 주도 스윙을 몸통 주도로 바꾸는 게 좋습니다. 어렵고도 오랜 시간이 걸리는 작업이죠. 하지만 팔로 치는 샷으론 언제든 다시 생크가 터져나올 수 있답니다.투자 없는 골프 지름길은 없습니다.
김영 < 골프인스트럭터·방송해설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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