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소비자 남다른 것에 열광
쥴, 亞 첫 진출지로 택한 까닭"'
[ 안효주 기자 ] 담배업계의 아이폰으로 불리는 ‘쥴(JUUL)’을 개발한 제임스 몬시스와 애덤 보웬. 이들이 설립한 회사 쥴랩스의 기업가치는 42조원으로 평가받고 있다. 전자담배 쥴로 이들은 수조원의 자산가가 됐다. 출발은 힘든 대학생활이었다.
미국 스탠퍼드대 디자인스쿨 생활은 쉽지 않았다. 과제량이 산더미였다. 새벽 2시까지 사업 기획 프로젝트에 매달리면서 담배도 많이 피웠다. 몬시스와 보웬이 ‘세상에 없던’ 담배를 떠올린 것은 이때였다. “왜 우리 같은 흡연자들은 ‘몸에 해로운’ 담배만 입에 물어야 할까.” 2005년 처음 머리를 맞댄 그들은 10년 만에 세상 어디에도 없던 USB 모양의 액상 담배를 개발했다.
이들을 23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만났다. 인터뷰 내내 “전 세계 10억 명에 달하는 흡연자에게 건강을 좀 더 고려한 ‘대안’을 소개하겠다”며 쥴랩스의 비전을 풀어놨다. 쥴은 미국 전자담배 시장의 70%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은 쥴랩스가 진출하는 아시아 첫 국가다. 아시아 시장의 첫 번째 진출국으로 한국을 고른 이유를 묻자 “한국에는 일본이나 중국과 다른 개방성, 무언가 다른 것을 찾으려는 소비자의 열망이 있다”고 말했다. 몬시스는 “한국을 여러 번 방문하면서 담배처럼 오랫동안 바뀐 게 없는 시장에 새 원동력을 불어넣기에 좋은 환경이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의 동생은 한국 여성과 결혼했다.
쥴의 탄생에 대해서는 “새로운 제품 아이디어를 찾기보다 ‘사람들이 상품을 통해 본질적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많이 생각했다”고 했다. 보웬은 “전자담배라는 물건은 개념만으로는 누구나 떠올릴 수 있지만 중요한 점은 따로 있다”고 했다. “전자담배가 상품으로 성공하려면 흡연자가 혼자 담배를 피우며 사색하는 시간, 담배가 입에 닿는 감촉까지 깊게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에 처음으로 쥴을 공개할 때 소개 무대로 공장을 개조한 카페 ‘어반소스’를 고른 배경도 설명했다. 다른 담배 회사들이 호텔이나 컨벤션센터를 빌리는 것과는 달랐다. “30년 넘게 방치돼 있던 봉제공장을 카페로 탈바꿈시킨 것처럼 담배업계의 패러다임도 완전히 바꾸고 싶다는 의미”라고 했다.
앞으로 계획을 묻자 “쥴을 통해 세계 흡연자들의 삶을 더 낫게 만드는 것”이라고 답했다. 담배 한 모금의 즐거움은 누리면서 건강을 해치는 요소는 최대한 줄이겠다는 얘기다. 보웬은 “쥴은 일반 담배에 들어있는 유해물질 4000여 개 가운데 95%를 제거한 제품”이라며 “전체 담배 시장에서 쥴의 점유율은 현재 0.5%에 불과하지만, 쥴랩스만의 비전으로 담배 회사 중 가장 책임감 있는 기업으로 만들고 싶다”고 덧붙였다.
안효주 기자 j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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