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소득도 분배도 다 놓친 '소주성', 더 고집할 이유 없다

입력 2019-05-23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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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이 어제 발표한 ‘1분기 가계동향조사’에서 1분위(최하위 20%)의 가계소득이 5분기 연속 감소했다. 국내 전체 가구의 처분가능소득(소득에서 세금·사회보장부담금 등을 빼고 실제로 쓸 수 있는 돈)도 전년 동기 대비 0.5% 줄었다. 처분가능소득이 감소한 건 2009년 3분기(-0.7%) 이후 약 10년 만이다.

‘소득 분배’ 정도를 나타내는 소득 상·하위 격차는 5.80배로 사상 최악이던 지난해 1분기(5.95배)보다 다소 낮아졌지만, 여전히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했던 2008년(5.81배) 수준을 못 벗어나고 있다. 그나마 이것도 소득 1분위에 이어 소득 5분위(최상위 20%) 가계 소득이 줄어든 때문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분배가 개선됐다”는 현실과 동떨어진 인식을 드러내고 있다.

정부가 저소득층을 지원하려고 최저임금을 가파르게 올리고 복지 지출을 크게 늘리는 등 이른바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펴왔지만 소득과 분배 모두 오히려 악화일로다. 정부가 중점적으로 ‘보호·지원’하겠다는 취약계층 상황은 심각하다. 정부 지원금(공적이전소득)이 31.3%나 늘었지만 소득은 뒷걸음질치고 있다. 최저임금 급속 인상과 획일적 근로시간 단축 등으로 취약계층이 고용시장에서 밀려나면서 이들의 근로소득이 급감하고 있어서다. 지난 2년간 이런 현상이 되풀이되고 있다면 이제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봐야 한다.

저소득층의 소득을 늘리려면 결국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는 수밖에 없다. 제대로 된 일자리를 계속 만들고 소득을 늘리는 것은 기업과 시장이 한다. 정부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부작용과 한계를 충분히 확인한 만큼 기업과 시장의 활력을 되살릴 수 있도록 정책 전환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글로벌 경기침체 가능성, 끝이 없는 미·중 무역전쟁 등 대외 불확실성도 커지는 판국이다. 과감한 규제혁신과 노동개혁으로 기업이 고용과 투자에 나설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게 정부의 시급한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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