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규모를 지금의 2만8500명 이하로 줄이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이 23일(현지시간) 미 상원에서 발의됐다. 2만2000명 이하로 축소를 금지한 현행 법보다 훨씬 강화된 것이다. 지난 2월말 2차 미·북 정상회담 결렬후 북한이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긴장이 고조된 상황에서 나온 조치다.
미 상원 군사위원회는 이날 주한미군을 2만8500명 이하로 줄이지 못하도록 하는 ‘2020 회계연도 국방수권법안’을 공개했다. 공화당 소속인 짐 인호프 상원 군사위원장과 잭 리드 민주당 군사위 간사는 “북한의 재래식 무기와 대량살상무기(WMD) 위협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에 주한미군을 2만8500명 이하로 감축하는 것을 금지한다”고 밝혔다.
미 의회는 지난해 7월 상·하원에서 처음으로 주한미군 축소를 제한하는 ‘2019 회계연도 국방수권법’을 통과시켰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그 해 6월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1차 미·북 정상회담 직후 한국 정부와 상의 없이 한·미 군사훈련 축소를 발표한 직후였다. 이에 따라 한국과 미국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도 일방적으로 철수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미 의회가 주한미군 축소 제한 법안을 통과시킨 배경이다. 다만 작년에 통과시킨 법안에선 주한미군 하한선을 2만2000명으로 정했다. 현재 주둔 규모보다 6500명 적은 수치다. 당시 한국 군 당국은 미군의 교대 배치 등으로 일시적으로 인원이 들쭉날쭉 할 수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어쨌든 6500명까지는 주한미군 규모가 줄어들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끊이지 않았다. 미 의회가 이번에 ‘주한미군 현 수지 유지’를 못박으면 이런 우려는 거의 사라지게 된다.
새 국방수권법안이 법제화되려면 상원은 물론 하원에서도 같은 법안이 통과된뒤 대통령의 서명을 거쳐야 한다. 로이터 통신은 “하원 법안은 다음달 제출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상원 국방수권법안은 주한미군 감축 제한과 더불어 한국과 미국, 일본의 3각 방위협력을 강조했다. 미국의 안보 상황에 대해선 “미국의 군사적 패권은 중국, 러시아 같은 전략적 경쟁국들의 새로운 위협으로 인해 침식, 약화했다”며 “동시에 북한과 이란, 테러조직의 끈질긴 위협에 직면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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