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향 시론
조웅래 맥키스컴퍼니 회장
이른 아침, 숲의 공기는 고요하고 서늘하다. 필자는 특별한 일이 없으면 새벽에 대전 계족산 황톳길을 거닐곤 한다. 숲의 기운을 느끼며 맨발로 황톳길을 걷다 보면 생각은 차분해지고 사업적인 영감은 물론 삶에 대한 충만한 희열이 솟구쳐오른다.
필자는 지인들에게 계족산 황톳길을 소개하면서 “여기가 내 사무실이고 놀이터”라고 말한다. 그만큼 황톳길은 필자의 삶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신록의 계절이 깊어오면서 주말이 되면 수많은 가족과 연인이 황톳길을 걷기 위해 계족산을 찾고 있다. 할아버지에서 손자까지 바짓단을 걷고 맨발로 길을 걷는 모습을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길을 걷는 것만으로도 대화가 이어지고 사랑이 샘솟는다. 길을 걷고 나면 재미있는 공연을 즐길 수 있다. 클래식을 대중적으로 풀어낸 ‘뻔뻔(fun fun)한 클래식’은 이제 단순한 거리 공연이 아니라 대전을 대표하는 문화콘텐츠로 자리잡고 있다.
필자는 관광 전문가는 아니지만 한국 관광이 발전하고 지역 관광이 활성화하려면 3대가 함께하고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많이 생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솔직히 이야기하자면 한국은 관광콘텐츠가 풍부한 곳은 아니다. 가까운 일본 중국과 비교하면 안타까운 이야기지만 대표적인 관광콘텐츠가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중국은 만리장성을 찾는 관람객이 하루 5만 명이나 된다. 어림잡아도 1년에 1800만 명 넘는 사람이 만리장성을 찾는다는 계산이 나온다. 한국을 찾는 전체 외국인 관광객을 가뿐히 넘는 숫자다.
일본은 매년 3000만 명이 넘는 외국인 관광객이 찾는 관광대국으로 발돋움했다. 2020년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4000만 명 달성을 외치고 있다.
이들 나라와 외국인 관광객을 두고 숫자 경쟁을 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관광 발전을 위해 양적인 성장이 중요하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더 중요한 것은 관광 정책의 방향이다. 외국인 관광객에게 한국 관광의 매력을 제대로 보여줘야 한다. 필자는 외국인들이 한국을 매력적으로 느끼게 하고 이들의 재방문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3대가 즐기는 관광 콘텐츠’가 많이 생겨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3대가 즐길 수 있는 관광콘텐츠를 만들려면 무엇보다 재미가 있어야 한다. 어린이에서 할아버지까지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재미의 크기는 달라도 같이 즐길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문화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얄미울 정도로 관광콘텐츠를 잘 만들고 관리하는 나라가 일본이다. 아무리 사소하고 작은 여행지라도 이야기(스토리텔링)를 입히고 가고 싶게 만든다. 가족형 여행, 머무는 여행을 만들기 위해 환경을 조성한다. 할아버지와 손자가 같이 즐길 수 있는 여행지를 조성하고 있다. 이제 한국은 관광 4.0시대를 준비해야 한다. 한국 관광이 세계 여행객들에게 스테디셀러가 되려면 3대가 함께하는 여행 콘텐츠를 개발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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