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일 만에 겨우 일의 엉터리가 잡혔다"처럼 썼다.
이를 부정해 엉터리없다라고 하면 '정도나 내용이
전혀 이치에 맞지 않다'는 뜻이 된다.
[ 홍성호 기자 ]
![](https://img.hankyung.com/photo/201905/2019052401821_AA.19710581.1.jpg)
‘대강의 윤곽’을 뜻하던 말에서 의미 이동
그런데 이 ‘엉터리없다’에서 부정어가 생략되고 의미 이동이 이뤄지면서 지금은 ‘엉터리’란 말 자체가 ‘엉터리없다’란 뜻을 갖게 됐다. 따라서 “네 말은 순 엉터리야”라고 하든지, “네 말은 순 엉터리없어”라고 하든지 같은 뜻이다. 문법적으로도 모두 허용된다.
‘안절부절못하다’는 경우가 또 다르다. 흔히 “안절부절한 모습”이라고 한다. 또는 “안절부절하지 못한다”라고도 한다. 하지만 이들은 틀린 말이다. 우리말에 ‘안절부절하다’란 말이 없기 때문이다. ‘안절부절’은 ‘초조하고 불안해 어찌할 바를 모르는 모양’을 뜻한다. 이 말은 특이하게 부정어가 결합한 ‘안절부절못하다’가 하나의 단어다. 활용할 때 ‘안절부절못하는 모습’ ‘안절부절못하고~’ 식으로 써야 한다.
전혀 합당하지 않을 때 “얼토당토않다”라고 한다. 이 말은 어원적으로 ‘옳+도+당(當)+하+도’로 분석된다. 이 역시 ‘얼토당토않다’가 한 단어라 부정어를 생략해서는 안 된다. 자칫 “그런 얼토당토한 얘기는 하지도 마라”처럼 쓰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부정어와 어울려 쓰는 말은 이 외에도 ‘심상하다, 손색, 아랑곳’ 등 꽤 많다. ‘심상(尋常)하다’란 말은 대수롭지 않고 예사롭다는 뜻이다. ‘평범하다, 범상하다’가 비슷한 말이다. ‘심상치 않다’가 관용구처럼 굳어 활발하게 쓰인다. 이 말이 줄어 ‘심상찮다’가 됐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아직 단어로 처리하지 않았으나 <고려대 한국어대사전>에선 단어로 올렸다.
‘심상치 않다’는 길이 단위에서 유래한 말
‘심상’은 일제강점기 때 학교 이름에서 볼 수 있다. 연세가 많은 어르신들의 학력을 보면 가끔 ‘OO심상학교’란 용어가 나온다. 이 말이 보통학교, 국민학교를 거쳐 지금의 초등학교로 바뀌었다. 이 때문에 ‘심상’을 일본 한자어로 오해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이 말은 본래 중국 한자어다. ‘심(尋)’은 좌(左), 우(右)와 마디 촌(寸)이 결합해 만들어진 회의문자다. 좌우로 손을 벌린다는 뜻이며 한 발 정도의 길이를 일컫는다. 양손을 벌리면 쉽게 잴 수 있는 길이이기 때문에 ‘보통’의 뜻으로 쓰였다고 한다(네이버 한자사전). 참고로 이때의 ‘발’은 고유어로, 두 팔을 옆으로 펴서 벌렸을 때 한쪽 손끝에서 다른 쪽 손끝까지의 길이를 뜻한다. ‘심’은 8자(약 240㎝), ‘상(常)’은 그 2배 길이를 가리키는 말이었으니 ‘심상’은 불과 두세 평 정도의 작은 땅을 가리켰다.
“손색없다”란 말도 흔히 쓰는데 그 ‘손색’은 무엇일까? ‘손(遜)’은 ‘겸손하다, 뒤떨어지다’란 뜻으로, ‘손색(遜色)’은 ‘다른 것과 견주어 보아 못한 점’을 나타낸다. 그러니 ‘손색없다’라고 하면 ‘다른 것과 견주어 뒤지는 게 없다’란 뜻이다. ‘아랑곳하다’도 그 자체로는 잘 쓰이지 않고 주로 ‘아랑곳하지 않다/아랑곳이 없다’처럼 쓰인다. 그러다 아예 ‘아랑곳없다’가 단어가 됐다. 관용구로 ‘아랑곳 여기다’라고 하면 ‘관심 있게 생각하다’란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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