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호에서 미국 1분기 경제성장률이 소개됐다. 미국 경제가 승승장구하면서 고용이 늘어 실업률이 낮아졌다. 이유가 무엇일까? 미국의 경제전문가들은 ‘감세를 통한 기업투자의 증가’를 핵심 요인으로 꼽는다.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소득세·법인세 등을 내리는 감세 정책을 통해 기업투자를 유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법인세를 35%에서 21%로 크게 낮추었다. 그러자 각 업종에 대한 투자가 일어났다. 기업의 투자 증가는 고용으로 연결됐다. 증세와 감세에 따라 기업은 어떻게 반응할까?
경제활동을 위축시키는 세금
미국 경제학자 토머스 소웰은 세금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세금은 거래를 비싸게 만든다.” 세금은 기본적으로 정상적인 경제 활동에 정부가 개입하여 이익·소득 등에 대해 일정 부분 가져가는 것이다. 법인세가 높으면 기업들은 이익의 상당 부분을 세금 납부에 사용한다. 그렇게 되면 생산성 향상을 위한 연구개발(R&D)이나 신산업·인프라 등에 대한 투자가 줄어들게 된다. 너무 높은 세금은 기업 입장에서 부담이 되기 때문에 세금을 줄일 노력을 한다. 법인세가 낮은 나라로 본사를 옮기거나 조세회피 전략을 사용한다. 이러한 것들 모두가 기업 입장에서는 비용이 된다. 비용 증가는 결국 기업이 생산하는 재화·서비스의 가격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세금은 적정한 수준에서 부과돼야 경제 활동을 위축시키지 않고 성장시킬 수 있다.
래퍼곡선, 공급주의 경제학의 태동
미국의 감세 정책은 바로 ‘공급주의 경제학’에 기초했다고 볼 수 있다. ‘감세’와 ‘규제 완화’ 등을 통해 생산자 즉 기업의 경제 활동에 활력을 불어넣어 성장과 고용을 촉진하자는데 초점을 맞춘다. 또한, 국민소득과 물가 수준을 결정하는 데 수요보다는 공급 측면을 더 중시한다. 이는 1980년대 레이거노믹스의 이론적 토대가 되었다. 이 공급주의 경제학의 토대가 된 것이 바로 ‘래퍼곡선’이다. 래퍼곡선은 미국의 경제학자 ‘아서 래퍼(Arthur Laffer)’가 만들었다. 세율과 정부의 조세 수입 간의 관계를 설명한 곡선이다.
래퍼는 한 나라의 세율이 적정 수준을 넘어 비표준 지대에 놓여 있을 때 세율을 낮추면 경제 주체들의 창의력과 경제 의욕을 북돋워 경기와 세수를 동시에 회복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래퍼는 일정 수준의 세율까지는 정부의 조세 수입이 증가하지만, 세율이 적정 수준(최적조세율)을 초과하면 경제주체들의 경제활동 의욕이 감소해 결국 조세 수입이 감소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세금 감면을 통한 미국의 경제성장을 래퍼곡선을 통해 증명하고 있다.
한국을 떠나 해외로
미국·프랑스·영국·일본 등의 주요국들이 감세 정책을 펴는 것과 달리 한국은 세금을 올리는 정책을 펴고 있다. 법인세·소득세를 올려 경제 주체들의 활동을 위축시키고 있다. 특히 한국은 법인세의 경우 25%까지 올렸다. 이를 증명하듯 지난 3월 한국경제연구원은 2017년 기준 한국의 해외직접투자(ODI)금액이 외국인직접투자(FDI)보다 많아졌다는 보고서를 발표하였다. 이는 한국에 투자하려는 기업보다 한국을 떠나려는 기업이 많아졌다는 의미다. 보고서에서 나온 투자 매력도 순위는 아일랜드가 투자매력도 1위를 차지했다. 이 나라는 세계 최저 수준인 12.5%의 법인세율을 내세우고 있다.
반면, 한국은 28위로 매력도면에서 떨어졌다. 법인세를 올리는 나라에서 누가 사업을 하고 싶겠는가? 누구나 열심히 번 이익이나 소득을 세금으로 내기 싫어한다. 세금은 경제 주체들의 의욕을 꺾을 수 있다. 이 기회에 래퍼곡선을 한번 토론해보자.
정영동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원 jyd54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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