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서 톈안먼 민주화 시위 30주년 기념 대규모 시위

입력 2019-05-27 14:18   수정 2019-05-27 14:20


중국 톈안먼(天安門) 민주화 시위 30주년을 앞두고 홍콩에서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하지만 정작 중국 본토의 젊은이들은 톈안먼 시위에 대해 알지도 못하고 관심도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27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홍콩 시민 2000여 명이 홍콩 도심에서 톈안먼 시위 30주년을 기념하는 집회와 거리행진을 벌였다. 톈안먼 시위는 중국 정부가 1989년 6월4일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민주화를 요구하던 학생과 시민을 무력으로 진압해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은 사건이다. 홍콩에선 매년 6월4일을 앞두고 톈안먼 시위를 기념하는 집회와 행진을 한다.

이날 시위에 참여한 인원은 작년의 두 배 가량으로 2015년(3000명) 이후 가장 많았다. 홍콩 정부가 추진하는 범죄인 인도 법안이 시위 참가자 증가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이 법안은 중국, 대만, 마카오 등 홍콩과 범죄인 인도 조약을 맺지 않은 국가나 지역에도 살인, 밀수, 탈세 등을 저지른 범죄자를 인도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홍콩 야당과 시민단체는 중국 정부를 비판하는 반체제 인사나 인권운동가를 중국 본토로 송환하는 데 이 법이 악용될 수 있다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야당과 시민단체는 다음달 4일 오후 8시 빅토리아공원에서 톈안먼 시위를 기념하는 촛불 추모집회를 열 예정이다.

하지만 홍콩과는 달리 중국 밀레니얼 세대의 90%는 톈안먼 시위 자체를 알지 못한다고 SCMP는 전했다. 중국 선전에 사는 한 26세 미술 교사는 “베트남 여행을 하면서 유튜브를 통해 처음으로 톈안먼 시위에 대해 알게 됐다”며 “학교에서 가르치지도 않고 어른들도 말하지 않는데 어떻게 알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톈안먼 시위를 중국 현대사의 치부로 여겨 이를 언급하는 것을 철저하게 금지하고 있다. 중국 언론이나 소셜미디어 등에선 톈안먼 시위와 관련된 내용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중국 정부는 올해 톈안먼 시위 30주년을 맞아 인공지능(AI) 기술을 동원해 온라인상 여론을 통제하는 등 예년보다 경계 수위를 대폭 강화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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