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만 하더라도 50~70대는 디지털 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세대로 꼽혔다. 이들 사이에선 전화, 문자 기능만 있는 폴더폰(효도폰)이 유행하기도 했다. 요즘은 다르다. 스마트폰을 능숙하게 다루는 이른바 ‘액티브 시니어’가 늘고 있다.
50~70대가 스마트폰 데이터의 주요 소비층으로 떠오르자 통신사들은 관련 상품과 서비스를 앞다퉈 내놓고 있다. 인터넷TV(IPTV)와 인공지능(AI) TV 등을 통해 액티브 시니어용 콘텐츠도 잇따라 선보였다. KT는 ‘룰루낭만’이란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SK브로드밴드의 Btv는 ‘비바 시니어’, LG유플러스는 ‘유플러스 브라보라이프’를 내놨다. 모두 50대 이상을 대상으로 건강 취미 여행 영화 등의 콘텐츠를 제공하는 미디어 서비스다.
시니어 콘텐츠 경쟁
KT는 지난해 8월 통신 3사 가운데 처음으로 시니어 특화 콘텐츠 서비스인 룰루낭만을 선보였다. 룰루낭만에선 스타강사 김미경 씨, 의학전문기자 홍혜걸 씨 등 국내외 전문가의 강연을 제공하는 ‘세리시이오’ 등을 서비스한다. 연간 180만원의 연회비를 내야만 볼 수 있는 콘텐츠 패키지를 단편으로 사서 시청할 수 있도록 했다. AI TV ‘기가지니’에선 통증 관리 프로그램, 동안 유지 프로그램 등을 제공한다.
Btv 비바 시니어는 시니어 이용자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주문형비디오(VOD) 콘텐츠를 강화했다. ‘김영철의 동네한바퀴’ ‘영상앨범 산’ ‘다큐멘터리 3일’ 등이다. 한국 고전영화와 ‘은퇴전야’ ‘인생 후반전’ 등 시니어 특강 프로그램도 제공한다. 케니 지, 본 조비, 폴 매카트니 등 추억의 팝송 VOD도 볼 수 있다. SK브로드밴드는 최근 당구 게임을 즐기는 50대가 늘어난 트렌드를 반영해 ‘비바 시니어 당구대회’를 열기도 했다.
지난 2월 서비스를 시작한 유플러스 브라보라이프는 자체 제작 콘텐츠로 차별화했다. 서울대병원 교수가 당뇨병 고혈압 관절염 등 주요 질환에 관해 얘기해주는 건강 전문 프로그램 ‘우리집 주치의’ 96편을 서울대병원과 공동 제작했다. 은퇴 후 새로운 직업을 찾은 성공 사례와 창업 노하우를 담은 ‘나의 두 번째 직업’ 9편도 자체 제작했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양조장, 목공방, 바리스타, 서점, 숲 해설가 등 은퇴 후 새로운 직업을 찾은 이들의 생생한 조언을 들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소비 ‘큰손’ 5070
현대경제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지금 한국의 50~60대는 흑백TV에서 컬러TV,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전환하는 정보기술(IT) 혁명을 이끌고 경험한 세대다. 새로운 디지털 기술 습득 능력이 높은 이유다.
이들은 모든 연령층 가운데 가장 많은 자산을 보유한 세대이기도 하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어 외모·건강 관리, 문화활동 등 자신에게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삼성경제연구소는 내년 액티브 시니어 소비시장이 약 125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통신업계에 따르면 최근 3년간 50~70대의 데이터 이용량 증가 속도는 10~40대의 이용량 증가 속도와 거의 같은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1분기 50대 이상은 월평균 3.1GB의 데이터를 썼다. 3년 전인 2016년 1분기 데이터 이용량(1.5GB)에 비해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10~40대 월평균 데이터 이용량도 5GB에서 10.4GB로 두 배가량으로 증가했다.
70대를 제외한 50~60대의 데이터 이용량 증가 속도는 더 가팔랐다. 같은 기간 130% 안팎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고령층은 스마트폰 이용에 익숙하지 않아 데이터를 거의 쓰지 않을 것이란 통념을 깬 통계”라며 “액티브 시니어의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5G 등 신기술에도 큰 관심
액티브 시니어는 지난달 초 국내에서 상용화한 5세대(5G) 이동통신 서비스 등 새 정보통신기술(ICT)에도 관심이 많다. SK텔레콤 고객경험연구소가 지난 3월 60대 이상 가입자 49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서 잘 드러났다. 60~64세의 60%, 65~69세의 54%가 “5G 서비스를 이용하겠다”고 답했다.
같은 시기 60대 이상 가입자 6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온라인 동영상을 시청하는 가입자 비중은 60~64세에서 83%, 65~69세에서 76%에 달했다. 최근 석 달간 모바일 쇼핑 이용 경험을 묻는 질문에도 60~64세의 62%, 65~69세의 35%가 “이용했다”고 답했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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