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상가 '반값 경매'에도 손님이 없다

입력 2019-05-27 17:57   수정 2019-05-28 11:44

올들어 4월까지 낙찰률 0

고분양가로 대규모 공실 사태
중대형 상가 공실률 전국 최고



[ 안혜원 기자 ] 올해 2월 법원 경매로 나온 세종시 고운동의 한 1층 상가(전용면적 162㎡)는 세 차례나 유찰됐다. 아파트를 2530가구 이상 끼고 있지만 최초 감정가(17억8800만원)의 절반에 미치지 못하는 가격에도 주인을 찾지 못했다. 현재 최저 경매가는 6억1328만원으로 감정가의 34%까지 낮아졌다. 다음달 13일 경매에서도 매수자가 나서지 않으면 최저 응찰가는 감정가의 24% 수준(4억2000여만원)으로 뚝 떨어진다. 세종시 경매시장에서 반값에도 낙찰되지 않는 상가가 속출하고 있다. 상권이 쪼그라들고 공실이 늘면서 경매로 넘어간 상가는 증가했지만 매수하려는 이가 드물기 때문이다.


세종시 상가 낙찰 ‘0’

27일 지지옥션에 따르면 올 들어(1~4월) 세종시 상가 경매 건수는 총 11건을 기록했다. 이는 작년 전체 진행 건수(19건)의 58% 수준이다. 벌써 지난해 경매 건수의 절반 이상을 훌쩍 넘어섰지만 낙찰된 물건은 단 한 건도 없다. 지난해 세종시 상가의 낙찰률은 26.32%, 낙찰가율은 61.30%를 기록했다.

세종시에서 상가 경매 물건이 늘고 있는 것은 대규모 공실 때문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 1분기 세종의 중대형 상가(연면적 330㎡ 이상 또는 3층 이상) 공실률은 18.3%다. 전국 평균(11.3%)을 웃도는 것은 물론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소규모 상가(연면적 330㎡ 이하 또는 2층 이하) 공실률도 13.4%(전국 평균 5.3%)로 전국에서 가장 높다. 김학렬 더리서치그룹 부동산조사연구소장은 “매각을 쉽게 하기 위해 상업용지를 너무 잘게 쪼개 팔았다”며 “필지가 작아 대형 쇼핑시설보다는 개별 상가가 들어오다 보니 경쟁력이 떨어져 공실이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나치게 높았던 분양가도 경매 속출의 원인이다. 세종시 전용 162㎡ 1층 상가를 18억원에 분양받아 연 4% 이상 투자 수익을 내려면 보증금 3억원에 월세 700만원 이상을 받아야 한다. 실제 임대료 수준은 이에 턱없이 못 미친다. 경매에 나온 고운동 1층 상가는 보증금 5000만원에 월세 132만원에 그쳤다. 이상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상권을 형성할 만한 배후가구가 충분히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공급이 너무 많이 됐다”며 “분양가도 너무 높아 임대수익으로 투자금을 만회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5년 연속 공실인 상가도 등장

일선 중개업소에 따르면 세종시에선 근린상가, 단지 내 상가, 중심상업지역 상가 등 상가 종류와 관계없이 임대료를 낮춰도 세입자를 구하기 어렵다. ‘목 좋은 곳’으로 꼽히는 입지에 있는 상가도 예외는 아니다. 세종시에서 가장 번화한 상업지구로 꼽히는 도담동에서 2014년 입주한 2층 상가의 경우 15개 점포 중 6곳이 비어 있다. 준공 후 5년 내내 공실인 곳도 있다. 영업 중인 9곳 중 5곳은 공인중개사 사무실이다. 다른 주변 상가도 대부분 비슷하다.

임대료는 급격히 내려가는 추세다. 처음 몇 달간 공짜로 점포를 빌려주는 ‘렌트프리’ 조건을 내건 상가 건물도 흔하다. 올 1분기 세종시의 중대형 상가 임대가격지수는 2018년 말을 100으로 놓고 비교할 때 0.31% 하락한 99.7을 기록했다. 소규모 상가 역시 0.34% 내렸다.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중대형은 2.52%, 소규모는 5.17% 하락했다. 전국에서 낙폭이 가장 컸다. 이 기간 전국의 상가 임대가격지수는 중대형과 소규모 모두 0.71% 떨어졌다.

입주민 역시 유탄을 맞고 있다. 상가 건물을 지어놔도 들어와 장사하려는 사람이 적어 병의원과 쇼핑시설 등 주민에게 꼭 필요한 업종이 크게 부족하다. 정주 여건이 좋지 않다 보니 주민들이 금요일부터 서울 또는 인근 도시로 빠져나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주말에는 사실상 도시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해 상권 침체가 가속화하고 있다. 인근 K공인 관계자는 “가게 대부분이 1, 2년을 버티지 못한다”고 했다.

당분간 폐업과 공실이 늘면서 경영난을 견디지 못한 상가가 경매로 넘어가는 사례가 더 나올 전망이다. 한 상가 전문가는 “신도시 형성 초기 단계에 임대인이 임대료를 너무 높게 불러 인프라가 자리잡지 못했다”며 “이자와 관리비를 감당하지 못하는 상가가 늘고 있어 경매 물건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안혜원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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