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그룹이 이재현 회장이 자녀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경영권을 승계하기 위해 일부 계열사의 지분가치를 부풀려 합병·분할했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CJ그룹 관계자는 28일 "회계상 나타나는 착시현상일뿐 지분가치를 부풀렸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앞서 경제개혁연대는 전날 지주사 CJ가 CJ올리브네트웍스를 합병·분할하는 과정에서 IT사업 부문의 평가 가치를 부풀렸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 단체는 CJ에 공문을 보내 관련 내용에 대해 해명을 요구한 상태다.
CJ는 지난달 CJ올리브네트웍스의 올리브영 부문과 IT사업부문을 인적분할한 뒤, IT부문을 지주사 CJ의 100% 자회사로 편입한다고 밝혔다. 분할비율은 IT 부문 45%, 올리브영 55%다.
IT 부문은 CJ와 포괄적 주식교환을 거쳐 CJ의 100% 자회사로 편입된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 이재현 회장의 자녀인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과 이경후 CJ ENM 상무는 처음으로 지주사인 CJ주식회사 지분을 각각 2.8%와 1.2%씩 보유하게 된다.
경제개혁연대는 CJ 이사회가 CJ올리브네트웍스의 합병·분할 과정에서 이 회장의 자녀들이 지분을 보유한 CJ올리브네트웍스의 IT사업부문의 가치를 부풀렸다고 판단했다. 그래야 주식교환 과정에서 이 회장의 자녀들이 CJ 지주사 주식을 더 많이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경제개혁연대는 과거 CJ시스템즈와 CJ올리브영 합병 당시 CJ시스템즈의 자산가치와 수익가치가 높게 평가됐는데, 이후 CJ시스템즈의 실제 매출과 영업이익이 합병 당시의 예측치를 크게 밑돌았으나 CJ올리브영의 실적은 예측치의 2.5배에 달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경제개혁연대는 "IT 사업부문의 예측치와 실적치의 과도한 차이는 문제가 있다"면서 "2014년 합병 직전 CJ시스템즈는 이재현 회장 일가가 지분 31.89%, CJ가 66.32%를 보유하고 있었고 피합병회사인 CJ올리브영은 CJ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당시 합병비율은 CJ시스템즈에게 유리하게 결정됐을 것이라는 합리적인 의심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번 CJ와 CJ올리브네트웍스의 주식교환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확인됐다고 지적했다. 이 단체는 "CJ는 CJ올리브네트웍스 IT 사업부문의 영업이익이 2014년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음에도 앞으로 매년 5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이 가능하며 영업이익률도 평균 10%를 넘어설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CJ그룹 관계자는 "회계기준상 같은 기업으로 묶여 있었던 올리브영에 제공한 IT서비스 매출이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라며 "오히려 올리브영 부문과 거래를 통해 발생한 수익까지 반영해야 IT사업부문의 기업 가치를 제대로 반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CJ와 CJ올리브네트웍스 주식교환은 소규모여서 CJ 주주총회 등의 절차는 없다. 그러나 CJ 주주는 오는 29일까지 주식교환에 대한 반대의사를 통보할 수 있다. 반대하는 비율이 전체 주식의 20%를 넘을 경우 주식 교환 계약이 해제된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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