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상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위원(9)
▶최진석 기자
1980~1990년대 건축된 250만 가구 아파트의 재건축이 필요해지는 시점인 2025년 전후를 고려해서 큰 그림을 그리라는 메시지가 책이 있던데요.
▷채상욱 연구위원
그때가 되면 1기 신도시를 포함한, 노태우정부 시절 착공한 주택 200만 가구가 준공 30년을 채웁니다. 노후주택 단계에 진입을 하게 되고, 그 시기를 기점으로 재건축·재개발 시장의 수요가 계단식으로 성장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비슷한 시기에 3기 신도시 등 정부가 생각하는 부동산 정책의 골자가 윤곽이 나올 것 같아요. 이 두 가지가 맞물리는데, 그래서 지금 계획하고 있는 3기 신도시나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등이 닿는 지역이 1기 신도시의 대체 주거지로 많이 선택될 것 같아요. 재건축 되는 과정에서요.
1기 신도시 물량이 30만 가구밖에 안 되지만 1990년대 착공한 물량은 전국 기준으로 200만 가구나 돼요. 전국 단위로 재건축 수요가 올라오는데 그때를 대비한다면 현재 주택공급으론 다소 모자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요.
▶최진석 기자
그럼 이때를 고려해서 투자를 해야 하는 건가요?
▷채상욱 연구위원
그런데 지금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규제 일변도는 아닙니다. 3기 신도시와 광역신도시 개발은 단순한 규제만은 아닙니다. 오히려 서울 수도권의 사이즈를 조금 더 키워주겠단 의미거든요. 2020년대 중후반 정도 됐을 때 수도권의 인구가 지금보단 늘어날 것 같습니다. 교차수요도 많이 일어나면서 중심지 가격 상승은 가파를 것 같습니다. 광역거점도시들은 왕래가 빈번해지면서 시장이 크게 움직일 것 같고요.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광역 거대화, 광역 도시화를 만드는 정책을 추진하는 것 같은데 선제적으로 투자한다면 지금 하는 것이고, 지켜보고 하겠다면 몇 년 보고 하는 거죠. 책에선 그런 걸 말하고 싶었던 겁니다.
▶최진석 기자
큰 힌트네요. 제가 서울시에 출입할 때도 메가시티 전략이 계속 언급됐고, 행정적으로도 합칠 건 합친다는 얘기가 나왔었거든요.
▷채상욱 연구위원
경기도민 중에 130만명만 서울로 통근·통학을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서울과 무관해요. 앞으로 왕래가 더 빈번해질 수 있고 반대로 서울에서 경기도로 오갈 수 있는 것이고요. 연결성이 높아면서요. 현재는 연결성이 떨어지는 구조가 아닌가 해요.
혹시 정부에서 부동산 시장(에 대한 규제를)을 완화해준다는 내용이 있나요? 낌새나 기미도?
▶최진석 기자
없어요. 오히려 튀면 누르겠다는 입장이죠. 집값 안정이 최우선이라고요. 거래의 숨통을 틔워서 집값을 안정시키겠다는 생각은….
▷채상욱 연구위원
숨통을 틔우려면 수요를 살려야죠. 이번 책에선 완전 수요만을 다뤘습니다. 그동안은 공급적인 측면에서 다뤘지만요. 수요에서 투자수요가 절반이었고 그게 빠지자 가격도 내렸다. 반대로 말하면 앞으론 자가수요를 키워주면 됩니다. 자가수요를 키우는 건 대출규제 완화해주는 것이거든요. 무주택에 한해서. 실수요에 대해서만 자가수요가 확대돼야 한다는 것이니까요.
▶최진석 기자
2025년 이전 큰 폭의 하락은 없다고 보시나요?
▷채상욱 연구위원
시장의 붕괴 같은 맥락으론 생각하지 않아요. 종전 다주택자들은 증여 등으로 합리적인 선택을 하고 있어요. 제3자에게 투매를 하고 있진 않아요. 최고 세율을 내면서 누가 투매를 하겠어요. 현행 양도소득세는 투매가 안 나오는 양도세예요. 엄청 오해하는 게 양도세가 높아서 투매를 하지 않을까 생각하시는데 세금은 이렇습니다. 하지 말라는 걸 할 ? 부과하는 것이거든요. 양도세를 올린 건 양도하지 말라는 것이거든요. 그래서 일부의 오버행, 매도물량들이 매수보다 규모가 많다면 하락할 것이라고 봐요.
그런 걸 생각하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투자수요는 제거돼야 할 악의 세력은 아닙니다. 사실 시장에 엄청난 유동성을 공급하는 주체예요. 서울에 계신 분들은 최근에 이사 가기 어렵다는 걸 느끼실 겁니다. 1주택자라도 갈아타는 것조차 힘드니까요. 종전엔 내 집에 대한 투자수요를 가진 이들에게 팔았지만 지금은 팔리지 않죠. 자가율이 높은 시도지역은 원래부터 집 팔기가 어려웠어요. 서울 사람들은 몰랐을 겁니다. 투자수요가 높았으니까요. 하지만 지금은 투자수요가 이탈해서 집을 팔기 어려워졌어요. 매물 잠김이라는 표현도 하시는데 사실 실수요 마켓이 된 것입니다.
투자수요가 제고해주는 유동성이 없어졌을 때 생각해볼 게 이런 것입니다. 이런 상태가 몇 년 간다면? 투자라는 건 언제든지 현금화, 유동화할 수 있어야 하는 건데 그런게 불가능한 상품이라면 투자를 할까요? 그래서 지금 부동산시장에서 사라진 유동성이 시장에 굉장히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봅니다.
▶최진석 기자
정말 다시 부동산을 생각하게 만드는 상황이네요.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기획 집코노미TV 총괄 조성근 건설부동산부장
진행 최진석 기자 촬영 한성구 인턴기자 편집 한성구·김인별 인턴기자
제작 한국경제신문·한경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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