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수첩' 김현철 정신과의사, 스타의사 → 환자 성폭력 의혹에 '추락'

입력 2019-05-29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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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각종 언론매체에 등장하며 스타 정신과의사로 각광받던 대구 김현철 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이 성폭력 혐의를 받고 있어 논란이다.

28일 방송된 MBC 'PD수첩-굿 닥터의 위험한 진료'를 통해 김현철 원장이 정신질환자의 취약한 심리 상태를 이용한 ‘그루밍(Grooming) 성폭력’을 가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김 원장은 2013년 '무한도전' 출연 이후 유명세를 탄 인물이다. 이후 TV와 라디오에서 종횡
무진 활약했고 그의 병원은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환자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진료시간이 아닐 때에도 SNS를 통해 불안감을 호소하는 환자들을 다독이며 끊임없이 소통하는 모습은 환자들의 신뢰를 사기에 충분했고 이른바 '굿닥터'라고 불렸다.

하지만 그를 가까이서 지켜본 사람들이 말하는 김 원장은 ‘굿 닥터’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환자 A씨는 지난 4월 김 씨로부터 성적으로 착취당했다고 주장했다. 김 원장이 정신질환자의 취약한 심리를 파고들어 ‘그루밍(Grooming) 성폭력’을 일삼았다는 것이었다. 이 같은 피해를 주장하는 환자는 A씨가 처음이 아니다. 2017년 김 씨에게 성적으로 이용당했다며 김 씨를 경찰에 고소한 다른 환자가 있었다.

김 씨의 병원에서 근무했던 전 직원들은 PD수첩과의 인터뷰에서 김 원장이 습관적으로 환자나 직원을 성희롱하고 환자와의 내담 내용을 주변인들에게 말하고 다녔다고 밝혔다. 또, 의료용 마약류로 분류되는 향정신성의약품에 대해 정도 이상의 양을 처방해주는 일이 비일비재했다는 직원 및 환자들의 증언도 잇따랐다.

한 직원은 "매사에 하는 말들이 음담패설이고 저한테 시계 같은 것을 보여 주면서, 자기의 성기가 이렇게 굵고 크다라고 했다"라고 폭로했다. 또 다른 전 직원은 "옷을 야하게 입고 왔다고 말했다"라고 했다.

김 원장에게서 피해를 입었다고 고백한 A씨는 김 원장이 갑작스레 제의한 일본 여행을 따라갔다가 성폭력을 당했고, 그 이후로 여러 차례 성관계 제안을 거부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김현철에게 치료를 받으면서 '이 사람이 없으면 나는 병을 못 고치겠구나', '나를 치료할 유일한 신이구나'라고 생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환자 B씨 역시 자신이 김 원장에게 호감을 표시하자, 김 원장이 바로 성관계를 제안했고, 자신은 거부하지 못하고 치료 기간 중에도 다섯 차례 이상 성관계를 가졌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행위는 연애가 아니라, ‘정신적인 갈취’ 행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환자가 자신을 치료하는 정신과 의사에게 특별한 감정을 느끼는 현상을 심리학에서는 ‘전이’라고 부른다. 환자는 전이된 감정 때문에 정신과 의사를 가장 신뢰하게 되거나 때론 연인처럼 성적인 감정도 느낀다. 문제는 정신과 의사가 이런 전이감정을 악용한다는 것이다. 해외에서는 우월한 위치에 있는 정신과 의사가 이런 점을 악용하는 것을 막기 위해 의사와 환자와의 성접촉을 성범죄로 규정하고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

김 원장은 배우 유아인씨가 댓글을 쓴 사람과 SNS에서 논쟁을 벌이자, 직접 상담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경조증’이란 진단을 내려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과거 신경정신의학회 윤리위원회에 출석한 김 원장은 환자들이 '애정망상'이라고 주장했다. 환자와의 성관계 자체가 없었다는 주장이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 회원은 "정신과 의사 자격을 가지고 망상 환자가 아닌 사람에게 '망상'이라면서 스스로 자신을 보호하려는 모습이 비윤리적"이라고 지적했다.

1년 전만해도 성관계 자체를 부인했던 김 원장의 반박은 달라졌다. 김 원장은 제작진에게 "성관계는 합의 하에, 비합의 하에도 할 수 있다. 여자분이 당할 수 있지만 그 반대일 수 있다. 본인이 맨날 항상 마지막에 예약을 한다. 그분은 일을 낼 것 같은 분위기였다. 저는 그냥 있었는데 강제로 당했다"고 말했다.

환자와의 5회에 달하는 성관계가 원치 않는 상황이었냐는 질문에 "당연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건을 조사한 경찰 관계자는 "그런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고. 성관계를 인정했다"고 전했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윤리위원회는 김 원장을 불러 이러한 사안을 조사했고, 지난해 3월 말 학회 설립 이래 최초로 회원을 제명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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