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금융권 비중 커져 '대출 질'도 악화
[ 고경봉/서민준 기자 ] 자영업자가 몰려있는 도소매·숙박음식점업의 지난 1분기 대출이 금융위기 이후 최대폭으로 증가했다. 시설자금보다 인건비 등 운전자금 용도 대출이 빠르게 늘고, 이자율이 높은 제2금융권 대출 비중이 커지는 등 대출의 질도 악화했다. 숙박음식점 업체가 직원의 국민연금을 내주지 못해 체납한 금액도 급격히 늘고 있다.
한국은행은 1분기 예금취급기관의 산업별 대출잔액이 1140조900억원으로 집계됐다고 29일 발표했다. 올 들어 19조6000억원(6.6%) 증가했다. 산업별 대출은 국내 기업과 자영업자, 공공기관 등이 은행과 저축은행 등 금융권에서 빌린 돈을 말한다. 산업별 대출 증가율은 지난해 이후 분기별로 6.6~6.8%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세부 업종별로 보면 도소매·숙박음식점업의 대출 증가율이 유독 빨랐다. 지난해 1분기 7.9%에서 2분기 9.3%로 상승했고 4분기엔 두 자릿수(10.7%)로 올라섰다. 올해 1분기에는 11.4%에 달했다. 지난 1~3월에만 5조6000억원 늘었다. 2009년 1분기(11.8% 증가) 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대출의 질도 악화됐다. 시중은행보다 이자율이 높은 저축은행, 새마을금고 등 비은행 예금취급기관에서의 대출이 빠르게 늘었다. 대출 증가율이 지난해 1분기 22.6%에서 올 1분기 26.1%로 뛰었다.
대출 용도 중에선 운전자금 비중이 커지고 있다. 도소매·숙박음식점업이 속한 서비스업의 시설자금 대출 증가율은 지난해 1분기 13.6%에서 올 1분기 9.9%로 낮아졌지만 운전자금 대출은 같은 기간 5.8%에서 8.3%로 높아졌다. 지금 추세면 운전자금 대출이 연내 시설자금 대출을 추월할 가능성이 있다.
국민연금 보험료를 제대로 못 내는 기업도 증가일로다. 통계청에 따르면 3월 국민연금 보험료를 체납한 사업장은 전년 동월보다 5.1%, 체납액은 7.2% 늘었다.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16년 1월 이후 최대폭 증가다. 숙박·음식점업의 체납액은 24.2% 증가했다.
기업이 보험료를 못 내면 개인이 나중에 받을 연금이 줄어든다. 보건복지부는 이런 피해를 줄이기 위해 기업 체납 정보를 신용기관에 제공해 금융거래 제재로 이어지도록 할 방침이다. 근로자가 회사의 체납 사실을 제때 알고 대처할 수 있도록 정보 안내도 강화한다.
고경봉/서민준 기자 kg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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