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임협 시작도 못해
신차 내놓기 전부터 분위기 삐걱
한국GM이 올해 손익분기점을 넘기기 위해 미국에서 차량을 수입해 국내에 선보이는 방식을 택했다. 확실한 ‘체질 개선’을 선언한 것이다. 한국GM은 오는 9월부터 신차를 내놓는다.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트래버스와 픽업트럭 콜로라도가 그 주인공이다.
다만 노동조합이 이 같은 체질 개선에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올해 임금협상에서 기본급 5.6% 인상과 성과급, 정년 연장 등을 요구하기로 해 험로를 예고하고 있어서다. 노사 갈등이 깊어지면 신차 판매에 잡음이 생길 수밖에 없다.
30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한국GM 노사는 이날 2019년도 임금협상 교섭 첫 상견례를 할 예정이다. 그러나 장소 등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해 결국 미뤄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과거 4월이면 노사가 협상 테이블에 앉았지만, 올해는 한 달 넘게 늦어지고 있다.
노조는 협상 테이블에 기본급 5.6% 인상과 사기진작 격려금 650만원, 성과급으로 통상임금의 250%(약 1000만원), 정년 연장, 장기적 발전을 위한 특별 요구 등을 올리기로 했다. 지난해 임금 및 단체협약 성과를 뒤엎는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경영 정상화까지 갈 길이 먼 한국GM은 또다시 ‘노조 리스크’에 내몰릴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 한 해 614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고 5년 연속 적자를 냈다.
회사 측은 올 하반기 신차를 발판 삼아 손익분기점이란 목표를 달성한다는 구상이다. 검증된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의 차량을 그대로 들여와 판매 라인업을 확대하고, 부평·창원공장 생산 물량은 수출에 주력함으로써 수익성을 높이기로 방향을 잡았다.
특히 오는 9월 출시를 앞둔 트래버스와 콜로라도는 내수 판매 회복 기대주로 꼽힌다. 대형 SUV인 트래버스는 지난 1분기(1~3월) 미국에서만 3만 대 이상 팔린 ‘검증된 신차’다. 현지 판매 가격(3600만원 선)과 큰 차이 없이 가격이 책정된다면 인기를 끌 가능성이 크다.
픽업트럭인 콜로라도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온라인을 중심으로 분위기 띄우기에 들어간 상황이다.
다만 신차 2종의 성공 여부는 소비자 반응 못지않게 임협이 변수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노사 간 갈등이 지속되면 출시 시기에 악영향을 줄 뿐 아니라 판매에 온전히 집중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국GM은 노조 파업 장기화와 군산공장 폐쇄에 따른 한국 철수설로 영업, 판매망이 무너졌다. 만약 부정적인 인식이 더 확산될 경우 쉐보레 브랜드의 신차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있다.
실제 3년 만에 선보인 중형 세단 더 뉴 말리부는 한국GM에서 분리한 연구개발 법인 ‘GM테크니컬센터코리아’를 둘러싼 잡음에 올 들어 4524대 팔리는 데 그쳤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오는 8월 여름휴가 기간과 9월 추석 연휴 전 임협이 끝나는 게 이상적”이라며 “협상이 늦어질수록 신차 판매에 탄력을 받지 못한다”고 우려했다.
이어 “트래버스와 콜로라도는 ‘가격 경쟁력’과 ‘시기’가 성공을 좌우하게 될 것”이라며 “경쟁 업체 SUV가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만큼 노사 모두 신차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상재 한경닷컴 기자 sangj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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