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대규 기자 ] 노동조합이 물적 분할을 위한 임시주주총회장을 불법 점거하면서 현대중공업이 31일 장소를 옮겨 주총을 강행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대중공업 정관에는 임시주총을 열 때 2주 전 주주들에게 일시·장소·목적을 공지하도록 돼 있다. 정관대로라면 주총 당일 장소 변경은 할 수 없다. 하지만 주총장 봉쇄 등으로 주총 진행이 불가능할 경우 주주들에게 충분히 알리고 변경 장소로 이동할 수 있도록 하면 당일 변경도 적법하다는 법원 판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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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CJ헬로비전 임시주총은 주주들에게 장소 변경 사실을 제대로 알리지 않아 주총 의결이 인정되지 않은 사례다. CJ헬로비전은 당시 노조의 저지로 주주들의 입장이 어렵게 되자 주총 장소 변경을 구두로 발표한 뒤 30분 뒤 인근 호텔 회의실에서 주총을 열었다. 법원은 “구두로 장소 변경을 선언하고 안내문을 붙이는 것만으로는 주주들에게 안내가 부족했다”며 위법이라고 선고했다.
한 로펌 변호사는 “한 기업은 당일 주총 장소를 서울 남산타워로 바꿔 안건을 의결했는데, 주주들이 주총장에 쉽게 접근하기 힘들다는 점을 법원이 인정해 주총 무효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고 소개했다.
주총 진행과 관련한 사안은 현장에 있는 주주들의 의사가 가장 중요하다는 판례도 있다. 2007년 당시 코스닥 상장사였던 네오웨이브는 일부 주주가 조직폭력배를 동원해 주총장 단상을 점거하자 주총 진행이 어렵다고 보고 주총 의장을 통해 ‘폐회’를 선언했다. 폭력배를 사주한 주주들이 주총장을 떠나자 남은 주주들이 의장의 일방적인 ‘폐회 선언’은 법률상 효력이 없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들 주주는 그 자리에서 임시 의장을 선임해 주총 안건을 통과시켰다. 김도형 바른 변호사는 “현대중공업 같은 대기업은 주총을 열 때 적지 않은 비용이 든다”며 “노조의 불법행위로 주총이 무산되면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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