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재길 기자 ] “아랍에미리트(UAE)와 한국은 단순 협력국이 아니라 형제국이다. 바라카 원전 프로젝트를 계기로 더욱 돈독해질 것이다.”
지난주 방한한 무함마드 알하마디 UAE원자력공사(ENEC) 사장은 수차례 이런 말을 했다. 제주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한국원자력연차대회와 아주대 명예공학박사학위 수여식 등에서다. 요즘 상황을 보면 알하마디 사장의 발언은 단순한 외교적 수사였던 것 같다. 경제·군사·외교 등 다양한 측면에서 가까운 형제국 간 협상이라기엔 도를 넘는 사례가 많아서다.
UAE는 2009년 바라카 지역에 한국형 원전 4기를 도입하기로 한 뒤 추가 정비·서비스 계약을 맺는 데 주저해왔다. 2017년 한국과의 수의계약이 당연시됐던 장기정비계약(LTMA)을 돌연 국제경쟁입찰로 돌린 데 이어 낙찰업체 선정도 차일피일 미뤘다. 그 과정에서 한국에 가격 인하와 기술 이전을 줄기차게 요구했다.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우리 경쟁국을 끌어들이는 전략도 썼다. 작년 11월 장기서비스계약(LTSA)을 프랑스 원자력공사(EDF)에 넘긴 게 대표적 사례다. 한국형 원전의 운영·안전 교육 등 기술 자문을 프랑스업체에 맡긴 것이다. 최근엔 UAE 측이 전체 정비를 도맡되 한국 미국 영국 등에 하도급 형태로 일감을 나눠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우리 기술로 지은 원전인데도 한국수력원자력·한전KPS 등이 정비 및 수리를 맡을 수 없게 될지 모른다.
UAE는 한전과 원전 건설 계약을 맺을 당시에도 고도의 ‘협상력’을 발휘했다고 한다. UAE에 파견됐다 귀국한 한 원전업체 직원은 “UAE가 당시 바라카 외 지역에 추가 원전 4기를 지을 것처럼 얘기하면서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었지만 결국 공염불이 됐다”며 “현지에 진출했던 국내 협력사 중 상당수는 이 일로 적지 않은 피해를 입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UAE의 전략은 가급적 많은 국가와 기업을 끌어들여 원전 정비·서비스 등의 가격을 낮추고 기술을 원하는 수준까지 받아내는 것”이라고 전했다. 한국 정부가 2017년 6월 탈(脫)원전을 선언해 빌미를 제공한 측면이 있지만 UAE 측의 얄팍한 상술이 도를 넘었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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