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정책 놓고 혼선 논란
[ 이미아 기자 ] 패트릭 섀너핸 미국 국방부 장관대행(사진)이 북한의 ‘신형 무기’ 발사(5월 4일, 9일)에 대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이라고 29일(현지시간) 밝혔다. CNN 등 미 언론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외교·안보 분야 핵심 참모들이 그의 대북 정책에 반기를 들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동남아시아를 순방 중인 섀너핸 장관대행은 전용기 안에서 기자들과 만나 “확실히 말하지만 그건 단거리 미사일이고 유엔 안보리 결의를 어긴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국방부의 일은 외교가 실패하는 상황에 대비하는 것”이라며 대화와 제재를 병행하는 트럼프 행정부 기조엔 변화가 없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7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북한 미사일 발사에 대해) 내 주변 사람들은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고 생각하지만 난 다르게 본다”며 “김정은이 주목받고 싶어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날 트위터엔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을 ‘작은 무기들’이라고 묘사했다.
미국의 ‘이중 신호’에 대해선 해석이 분분하다. 현지 언론들은 섀너핸 장관대행이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정책에 사실상 반기를 들었다고 해석했다. 섀너핸 장관대행은 직전 국방장관이었던 제임스 매티스와 달리 ‘트럼프의 예스맨’이라 불리는 인물이다.
CNN은 “섀너핸 장관대행이 북한의 미사일 실험 문제로 트럼프 대통령과의 단절을 보여줬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을 반박하면서 불화를 보였다”고 전했다. 오바마 행정부 시절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부차관보를 지낸 마이클 푹스는 ABC방송과 인터뷰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혼돈된 메시지와 일관성 없는 정책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굿캅(good cop)’,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 참모들은 ‘배드캅(bad cop)’으로 역할을 나눈 것이란 분석도 여전하다.
북한은 강경 기조를 지속하고 있다. 북한 외무성은 지난 29일 미국연구소 정책연구실장 명의로 조선중앙통신에 담화를 발표하며 “힘의 사용은 결코 미국의 독점물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외무성은 “미국은 겉으로는 대화를 제창하지만 사실에 있어서는 힘에 의거한 문제 해결을 추구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볼턴 보좌관 등의 대북 강경 발언에 대해선 “우리를 힘으로 압살하려는 적대적 기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고 강변했다.
미·북이 대치 국면을 이어가면서 우리 정부 입지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31일부터 다음달 2일까지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아시아 최대 연례 안보회의인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 참석한다. 올해로 18번째인 샹그릴라 대화는 영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 주관으로 열리며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유럽연합(EU) 주요국 등의 국방장관과 안보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행사다. 한·미·일 북핵 협상대표들도 샹그릴라 대화를 계기로 싱가포르에서 머리를 맞댄다. 이 자리에서 북한의 연이은 도발에 대한 대응책도 논의할 예정이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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