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나의 R까기] 입주 앞두고 건설사와 날세웠던 그분, 알고보니 전문업체

입력 2019-06-02 12:20   수정 2019-06-02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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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점검 업체들, 집마다 30만원 가량 받고 대신 점검
과도한 요구로 일부 단지들 갈등 빚기도
건설사들 "준공날짜 미뤄져 또다른 입주민들 피해"




"하자가 아닌 것도 하자라고 우기시고, 안되면 지역 언론에 폭로하겠다고 협박까지 합니다."(A건설사 상무)

"그분들이 과도하게 강성으로 버티니, 정작 입주민들이 풀어가야할 문제들은 꺼내놓지도 못합니다."(수도권 아파트 입주예정자협의회 총무)

올해 수도권에 입주 아파트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아파트의 하자보수를 두고 단지마다 갈등이 발생하고 있다. 이 가운데 떠오른 문제가 '사전점검 대행서비스'다. 사전점검 대행서비스 업체들이 사전점검 행사에 끼어들기 시작하면서 건설사, 입주민, 업체들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 일부 아파들은 입주민들간의 문제로까지 번지고 있다.

보통 아파트들은 입주를 앞두고 '사전점검' 행사를 개최한다. 입주예정자들은 집을 점검하고 혹시나 있을 하자들을 체크한다. 과거에는 집집마다 따로 접수를 하는데 그쳤다면, 최근에는 입예협(입주 예정자 협의회)을 통해 공동 대응하기도 한다.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하자나, 분양당시에는 몰랐지만 사전점검을 앞두고 보니 불편한 점들을 개선하기 위해서다.

입예협은 입주자들을 대표해 분양당시와 다른 점을 지적하기도 하고 주변 환경 정비나 민원을 해결하기도 한다. 대단지의 경우에는 박람회라는 이름으로 가전·가구 제품이나 각종설비 공사를 공동구매하는 행사를 개최하기도 한다. 입주 시에는 등기업무를 한꺼번에 처리해주는 등 최근들어 역할이 커졌다. 때문에 시행사나 건설사들도 입예협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청취하고 있다.

문제는 사전점검 대행서비스 업체들이 끼어들면서 뜻하지 않은 일들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전점검 업체들은 보통 가구당 30만원의 비용을 받는다. 이 비용을 받고 해당 집의 입주자 사전점검을 대신해준다. 아파트를 처음 분양받아서 잘 모르거나 시간이 없는 경우, 이러한 업체들은 입주자들에게 도움이 되곤 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한 개 단지에서 수십채의 집을 의뢰받는 게 보통이다. 사전점검기간이 2~3일인 점을 감안하면 30여채의 집에서만 의뢰를 받아도, 대략 1000만원의 매출이 계산된다.

일부 업체는 입예협과 공동대응하면서 나름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도 했지만, 일부에는 '꼬투리 잡기'로 전락하는 경우들이 나온다. 업체들은 하자 잡기에 전문가 수준이다보니 어느 정도는 도움이 됐다. 그러다 최근에는 이러한 업체들이 늘어나면서 과당경쟁으로 치닫고 있다. 최대한 하자를 많이 잡아내서 건설사들에게 '더 받아내자'며 입주민들을 조장하는 사례까지 나오고 있다.

A건설사 또한 이러한 경우에 직면했다. 이 업체의 임원은 "입주민들의 불편함과 요구를 최대한 수용하면서 시공을 해왔다"면서도 "사전점검 행사 이후 설계에도 없었던 부분을 '다른 아파트는 이렇지 않다'며 지적한다거나 언론에 내용을 제보하겠다며 윽박 지르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를 주도한 분이 가져온 하자 집들이 수십채이다보니, 전문업체인 걸 알게 됐다"며 "살면서 하자보수가 가능함에도 업체들이 있다보니 입주 전에 무조건 고치자고 하니, 이로 인해 입주일정이 미뤄질 우려도 있다"고 호소했다.

입주자들도 일부 강경한 업체들에 불만을 터뜨렸다. 입예협에서 총무로 활동하고 있는 김모씨는 "업체들이 강경하게 나가면서 건설사가 요구사항을 들어주면 '어느 아파트에서 이렇게 받아냈다'며 다른 아파트의 홍보수단으로 이용한다"며 "억지로 갈등을 만들다보니 합리적인 개선사항에 대해 얘기를 꺼내지고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하자를 쉬쉬하는 경향이 있었다. 괜히 알려졌다가 집값이 떨어질까봐서다. 이제는 시세보다 직접 입주를 하는 수요자들이 늘고 있다. 동시에 하자보수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이러한 업체들도 나오고 있는 셈이다. 업체들도 할말은 있다. 어렵사리 연락이 닿은 업체의 사장은 일부 후발업체들만이 강성으로 나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B사장은 "내가 아파트 하자로 인한 원조 피해자다"라며 "나도 건설업에 종사했는데, 정작 내 집이 부실공사로 지어질 줄 몰랐다. 조그만 지역 건설업체를 운영하면서 하자보수 점검을 도와주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6~8월 전국 입주물량은 11만 가구를 웃돌 전망이다. 수도권 입주 물량이 전체의 60%를 차지해 6만6627가구에 달한다.직전 3개월인 3~5월 전국 입주물량은 9만423가구였다. 수많은 집만큼 수많은 꿈들이 있다. 보금자리가 부실공사가 되면 안되겠지만, 몇몇 업체들의 욕심으로 보금자리에 입주가 미뤄지고 '문제적 집'이 되는 걸 원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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