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엄마도 웹툰 본다!

입력 2019-06-02 17:29  

박미경 < 한국여성벤처협회 회장 mkpark@forcs.com >


국민의 95%가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대한민국은 스마트폰 보급률이 가장 높은 나라 중 하나다. 중·고생들에게도 스마트폰이 필수품이 된 지 오래다. 그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유튜브, 웹툰 등 스마트폰 안에 있는 디지털 세상에서 여가 시간의 대부분을 보낸다.

내 아이들도 예외는 아니다. 엄마의 퇴근을 목 빠지게 기다리고 휴일이면 엄마 곁을 한시도 떠나지 않았던 작은 딸이 중학생이 된 후부터 스마트폰을 보는 시간이 점점 길어졌다. 자연스레 함께 나누는 대화도 줄었다.

다행인 건 친구들을 좋아하는 작은 딸이 밖에서 보내는 시간도 많다는 것이다. 그러나 집에 들어오면 스마트폰으로 주로 웹툰과 유튜브를 보며 시간을 보낸다. 회사 업무로 바쁜 엄마의 빈자리 때문에 생겨난 아이들의 선택이었는지 모른다.

무엇이 그리 재미있을까? 필자는 어느 날 작은 딸에게 재미있는 웹툰을 하나 추천해 달라고 했다. 딸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신기한 듯 나를 쳐다보더니 언니와 한참을 상의한 끝에 웹툰 하나를 추천했다.

엄마가 기업을 경영한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었는지 딸이 추천한 작품은 젊은 나이에 기업을 키워나가는 주인공의 성공 스토리와 사랑, 우정을 그린 청춘 드라마였다. 주제만 놓고 보면 그리 새로운 내용도 아니었으나 등장인물의 특징이나 행동에 요즘 세대의 유행과 생활상이 그대로 반영돼 무척 흥미롭게 다가왔다.

지친 일상을 잠시 잊고 싶을 때 웹툰을 보기 시작한 것은 이때부터였다. 이제는 아이들과 웹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매주 한 편씩 연재되는 웹툰을 같이 기다리기도 한다. 아이들은 본인과 별 차이가 없는 엄마의 웹툰 취향에 대해 킥킥거리며 놀려대기도 한다.

웹툰을 보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함께 나누면서 늘 어린아이 같기만 했던 우리 아이들의 생각이 놀랄 정도로 많이 자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삶과 죽음의 경계를 다룬 한 웹툰을 읽었을 때는 이 어려운 내용을 아이들이 어떻게 이해했는지 궁금했다. 여러 질문을 던지고 그 대답에 놀라기도 했다. 나름의 생각과 방식으로 작품을 이해하고 이야기하는 아이들이 대견했다.

아이들과 대화하는 시간이 다시 늘어났다. 가끔은 웹툰 주제를 넘어 아이들의 고민과 가치관, 학교생활, 친구관계까지 다양한 주제로 긴 수다를 떤다. 대부분의 가정에서 가족이 함께하는 시간은 많지 않다. 그마저도 각자 스마트폰에 열중해 대화가 줄어들고 있다면 아이들이 보는 디지털 콘텐츠에 함께 빠져보는 것을 추천한다. 그들의 생각에 한발 다가가고 공감할 수 있는 시간이 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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