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북한 식량지원을 '한 건' 경쟁 삼는 정치, 왜 이리 가벼운가

입력 2019-06-02 17:46  

북한에 대한 식량 지원 계획이 여권에서 잇달아 터져 나오고 있다. 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부가 식량 5만t을 지원할 예정”이라고 했고, 박원순 서울시장도 “서울시가 100만달러를 유엔식량계획(WFP)에 기부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인도주의적 결단이며, 안보를 해치지 않는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하지만 핵·미사일을 고도화하며 ‘도발 모드’를 강화 중인 북의 행태를 감안할 때 시기와 내용 모두 부적절하다. ‘식량 5만t 지원’은 통일부가 부정적인 여론을 의식해 아직 확정하지 못한 사안이다. 설 의원은 “지원을 망설여서는 안 된다”고 채근하면서도 지원 자체는 기정사실화하는 묘한 화법을 쓰고 있다. 지원을 압박하는 ‘꼼수’라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북한 영유아에 영양 강화 식품을 전달하겠다는 박 시장 발언은 가볍기 이를 데 없다. 예산 부족으로 10년 만에 ‘상반기 추경’을 요청한 서울시가 시민 삶과 무관한 일에 팔을 걷어붙이는 것은 선후를 한참 혼동한 것이다. “불안정한 한반도 안보환경 때문에 서울시가 저평가되고 있다”는 게 박 시장 설명이지만 설득력이 약하다. 결과적으로 북 어린이들을 구원하게 될 국제사회의 ‘최대 압박전략’만 희석시킬 개연성이 높다.

북한은 식량 지원 제안에 대해 “시시껄렁하다”며 면박을 주는 판국이다. 식량 지원 얘기가 나온 후에도 소위 ‘발사체’를 쏘아 올리고, 신종 미사일 제조 시설을 완공했다. 안보와 식량 지원이 무관하지도 않다. 지원된 쌀이 군용으로 전용됐다는 정황은 차고 넘친다. 무엇보다 학살을 서슴지 않는 독재자의 입지를 강화시키는 모든 행위야말로 반(反)인도적이고 반통일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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