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용석/강동균 기자 ] 중국 정부가 미국 운송업체 페덱스의 ‘화웨이 화물 배송 오류’ 조사에 들어갔다. 미국의 ‘화웨이 때리기’에 맞서 중국이 미국 기업을 겨냥한 반격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 국무원은 2일 미·중 무역협상 백서를 내놓고 “현 미국 정부는 2017년 출범 이후 관세를 무기로 위협을 가해왔다”며 미·중 무역전쟁의 책임을 미국에 돌렸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지난 1일 “페덱스가 사용자의 합법적 권익을 중대하게 침해하고, 중국 택배업 규정을 위반했다”며 “관련 부처가 조사에 나서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페덱스는 화웨이가 지난달 19~20일 일본에서 중국 화웨이 사무실로 보낸 화물 두 개를 미국 테네시주 페덱스 본사로 잘못 보냈다. 페덱스는 “(단순) 오류”라고 해명했지만 중국은 화웨이 견제와 관련 있는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눈에는 눈'…中, 美기업 겨냥 블랙리스트 작성 다음날 페덱스 공격
중국 정부가 지난 1일 미국 페덱스의 ‘화웨이 화물 배송 오류’ 조사에 들어간 것은 미국의 ‘화웨이 때리기’에 대한 보복 성격이 강하다. 중국은 전날 자국 기업의 권익을 침해하는 외국 기업 명단(블랙리스트)을 작성하겠다고 밝혔다.
발표 하루 만에 미국 기업을 직접 겨냥하고 나서면서 블랙리스트가 미국 기업을 핵심 타깃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 분명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의 이번 기습공격은 세계 1, 2위 경제대국 간에 당분간 데탕트(긴장 완화)는 없다는 신호”라고 해석했다.
페덱스는 지난달 19~20일 화웨이가 일본에서 중국 사무실로 보낸 화물 두 건을 미국 페덱스 본사로 잘못 보냈다. 이번 배송 사고가 단순 실수인지, 고의인지가 표면상 쟁점이다.
중국 분위기는 심상치 않다. 중국 당국은 페덱스 조사에 들어가면서 “중국 기업과 이용자의 권익이 침해됐다”고 밝혔다. 마쥔성(馬軍勝) 중국 국가우정국장은 2일 관영 CCTV에 나와 “이번 페덱스 조사는 시장 질서와 중국 기업·이용자의 법적 권리 보호는 물론 우편통신과 경제 안보 보장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화웨이는 페덱스와 거래 중단까지 검토하고 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2일자 사설에서 “잘못 배달된 화물 도착지가 미국이란 점에서 페덱스가 미국 정부의 조종을 받았다는 의심이 커지고 있다”며 ‘미국 정부 배후설’을 제기했다.
중국은 그동안의 수세에서 벗어나 미국을 상대로 반격에 나서고 있다. 지난달 28일 희토류 수출 제한을 강력 시사한 데 이어 29일엔 중국 인터넷 이용자의 데이터를 국외로 반출하는 걸 금지하기로 했다.
30일엔 미국산 콩 수입을 중단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31일엔 “신뢰할 수 없는 실체(기업) 명단을 작성하겠다”며 사실상 미국을 겨냥해 블랙리스트 작성 방침을 밝혔다.
이달 들어선 1일 0시부터 600억달러어치 미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5~10%에서 5~25%로 인상했다. 2일엔 미·중 무역협상에 관한 중국의 입장을 담은 백서를 내놨다. 중국 국무원은 백서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를 겨냥해 “걸핏하면 무역 파트너들에 무역 갈등을 유발했다”고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무역전쟁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미·중 무역협상 결렬에 대해서도 “미국이 이랬다저랬다 하며 협상에 진지하게 임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미국은 앞서 2000억달러어치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10%에서 25%로 높이고 3000억달러어치 중국산 제품에도 최고 25%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이어 화웨이와 68개 계열사를 거래 제한 기업 명단에 올렸고 중국산 드론(무인항공기)의 보안 위험성을 경고하기도 했다. 중국을 겨냥해 ‘환율 저평가 국가’를 부당 보조금을 주는 국가로 간주해 상계관세를 물리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같은 미국의 강공에 중국도 ‘눈에는 눈’ 식으로 맞대응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미국과 중국은 아시아와 남중국해 일대 주도권을 두고도 기싸움을 벌였다. 미 국방부는 1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 맞춰 공개한 ‘인도태평양 전략 보고서’를 통해 “중국은 약탈적 경제를 추구하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패트릭 섀너핸 미 국방장관대행은 이날 회의에서 “다른 나라의 주권을 침해하고 중국의 의도에 대한 불신을 낳는 행위를 중단하라”고 중국을 압박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충돌을 바라지 않지만 전쟁에서 승리하는 능력을 갖추는 게 최선의 억지력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고 경고했다.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영향력 차단에 나선 것이다.
웨이펑허 중국 국방장관은 미국이 대만해협에서 ‘항행의 자유 작전’을 펼치는 데 대해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냈다. 그는 “미국은 주권 보호와 영토 보존 문제에서 중국군의 능력과 의지를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대만 문제와 관련, “누구라도 중국으로부터 대만을 쪼개려 한다면 중국군은 국가 통일을 위해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끝까지 싸울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워싱턴=주용석/베이징=강동균 특파원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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