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게임 질병 등재, 타 콘텐츠 확산 우려…"3N 나설 차례"

입력 2019-06-03 10:54   수정 2019-06-03 12:01

'격동하는 게임시장, 봄날은 오는가' 토론회
WHO 결정 '문제점·해결책' 논의

게임업체 대표 출신 김병관 의원 등 참여
"스마트폰 중독, 유튜브로 확대될 수도"
"병원 아닌 사회·가정·학교서 해결책 찾아야"




"의료계에서 만든 프레임에서 벗어나 함께 고민해야 한다. 형님(3N:넥슨·넷마블·엔씨소프트 등)들이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

세계보건기구(WHO)의 게임 질병 코드 도입을 놓고 게임·인터넷업계가 머리를 맞댔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3일 서울 강남구 '인터넷기업협회 & 스페이스'에서 '격동하는 게임시장, 봄날은 오는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WHO의 결정에 대한 문제점과 해결책을 논의하는 자리다.

이날 토론회에는 게임업계 출신인 더불어민주당 김병관 의원과 게임 중독 청소년 2000명을 연구한 정의준 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등이 참석했다. 이들은 WHO의 결정에 대한 우려와 국내 도입에 대한 걱정, 문화 콘텐츠 산업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위기감을 가감없이 드러냈다. WHO의 게임 질병 코드 결정에 대해서는 "섣부른 판단에 따른 부작용이 우려된다"며 "심층적인 연구와 고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병관 의원은 "WHO와 의료계는 당초 게임을 포함한 디지털 콘텐츠와 디지털 전자기기에 대한 과다 사용 문제를 질병 코드화하려고 했다"며 "게임이 가장 약한 고리이기 때문에 게임이 질병으로 등재됐다. 향후 디지털 콘텐츠, 전자기기에 대한 질병 코드화 움직임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WHO의 이번 결정이 향후 스마트폰 중독, 유튜브 중독, 넷플릭스 중독 등으로 확대될 수 있다고 우려한 것이다.

김 의원은 "게임만의 문제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 모든 문화콘텐츠를 다루는 분들이 연대해 고민해야 한다"며 "콘텐츠 업계는 물론이고 교육계와 문화계가 함께 고민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대형 게임사(넥슨, 넷마블, 엔씨소프트)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촉구하면서 "이제는 형님들이 나설 때가 됐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김 의원은 "저도 그랬지만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생각을 하시고 있는 것 같다"며 "형님들이 목소리를 내주셔야 한다. 적극적으로 나서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게임업계 관계자들은 '게임을 많이 해도 돈 많이 벌고 공부 잘하면 문제 되지 않는다는 사회적 인식'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게임 과몰입에 대한 해결 방안을 병원이 아닌 사회와 가정, 학교 등에서 찾아야 한다고 했다.

이장주 이락디지털문화연구소장은 "저성과의 의료화라고 말하는데 모든 기준이 성과에 의해 평가되는 게 문제"라며 "게임을 많이 해도 돈을 많이 벌고 공부를 잘하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이런 인식을 깨트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의준 교수와 박성호 인터넷기업협회 사무처장의 입장도 비슷했다. 정 교수는 "게임 중독은 게임의 문제가 아니다. 사회 환경적 요인이 크고 부모가 어떻게 접근하느냐에 따라 상황이 달라진다"며 "게임을 없애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 설명했다. 박 사무처장 역시 "게임을 공부에 방해되는 요소로 판단하고 평가하기 때문에 문제가 확산된 것"이라며 "내가 하지 않거나 해보지 않은 것에 대한 진지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료계의 프레임에서 벗어나 사회과학의 문제로 게임 중독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김 의원은 "게임을 과도하게 해서 문제가 되는 경우를 치료하겠다는데 반대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며 "그러나 WHO의 결정은 게임 이용장애를 의료계의 문제로 한정했다. (문제를 병원에서 해결하겠다는) 의료계의 프레임에서 벗어나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진우 한경닷컴 기자 jiin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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