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멕시코에 대한 ‘관세폭탄’을 예고하면서 현지공장을 가동중인 기아자동차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변동성 확대는 불가피할 것”이라면서도 “양호한 펀더멘탈(기초체결)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3일 유가증권시장에서 기아차는 150원(0.38%) 오른 3만9500원에 마감했다. 상승세로 장을 마치긴했지만, 장 시작 직후 1.78% 떨어지는 등 불안한 흐름을 보였다. 김진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멕시코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인상 스케줄과 철회조건을 구체적으로 밝혔기 때문에 이 문제가 증시에 부정적 영향을 크게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수의 미국 기업이 멕시코에 생산설비를 갖추고 있는 만큼 실제 관세 부과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 때문에 기아차 투자와 관련해서는 멕시코산 수입품에 대한 미국의 관세 인상 이슈보다 환율효과, 신차효과 등으로 개선되고 있는 실적에 집중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기아차의 영업이익은 1조802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55.7% 늘어날 전망이다. 유지웅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전용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텔룰라이드의 판매가 꾸준히 늘고 있고 내년 초엔 쏘렌토, 스포티지의 완전 변경 모델이 출시될 예정”이라며 “시장점유율 확대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다만 단기간 주가 변동성이 커지는 것은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다. 유 연구원은 “멕시코와 미국 정부간 협상이 열리는 6일까지는 현지 진출 업체들의 주가 등락이 심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대와 달리 관세가 실제로 부과되면 타격이 클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기아차는 멕시코에서 연간 30만대 규모의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이 중 절반이 미국으로 수출된다. 송선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미국 공장의 생산을 늘리는 방법도 있지만 10월까지 대처하기에는 시간적 여유가 없다”며 “단기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수입 자동차에 대한 적용여부가 6개월 뒤에 결정되는 무역확장법 232조 관련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지적했다. 이 법에 따르면 미국은 자국의 안보를 위협한다고 판단되면 긴급하게 수입을 제한하거나 고율의 관세를 매길 수 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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