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있는 아침] 이왈종 '제주 생활의 중도'

입력 2019-06-03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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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문화의 가교 한경


[ 김경갑 기자 ] 불교에서 중도(中道)란 극단을 떠나 한편에 치우치지 않는 올바른 행법(行法)을 말한다. 현대판 풍속화가 이왈종이 평생 매달려온 화두(畵頭)인 중도는 불교의 그것과는 조금 다르다. 불가의 중도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규정한 것인 데 비해 이왈종은 인간과 자연 사이의 관계, 인간의 내면까지를 아우르는 총체적인 삶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이다. 그의 작품 ‘제주 생활의 중도’ 시리즈에는 이런 중도의 세계관이 잘 반영돼 있다.

2017년 완성한 이 그림은 중도의 세계를 붓질한 150호 크기 대작이다. 사람과 자연, 현실과 꿈이 일체가 돼 아름다운 시각적 화음을 이룬다. 한지에 그리는 전통적인 관념 산수에서 벗어나 제주 풍광을 배경으로 한 사람들의 일상을 따스한 색채와 애정 어린 시선으로 보듬었다. 흐드러지게 핀 꽃잎 사이로 새, 물고기, 사슴, 강아지 등이 자유롭게 뛰논다. 거실에서는 사람들이 오순도순 술잔을 기울이며 세상을 읊조린다. 나무에 나이테가 생기듯 사람들의 이야기는 시간을 먹으며 차곡차곡 쌓여간다. 시공을 초월한 화면은 자연스레 사람들에게 말을 건다.

이 작품은 지난달 25일 서울옥션 홍콩경매에서 시작가의 두 배인 2억1000만원(수수료 포함)에 낙찰돼 이왈종 작품 중 경매 최고가를 기록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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