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년 연장, 고용·임금 구조 대수술 차원에서 논의해야

입력 2019-06-03 17:44   수정 2019-06-04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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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결국 정년 연장 카드를 들고나왔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60세로 돼 있는 정년을 더 늦추는 문제를 전담 태스크포스(TF)를 통해 집중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고령화 쓰나미’가 눈앞의 현실로 다가온 상황에서 정년 연장이 더는 미룰 수 없는 과제임을 공표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고령화와 저출산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경제활동의 주축인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급감하고 있어 경제성장률 하락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통계청의 ‘장래인구 특별추계’에 따르면 내년부터 2029년까지 생산가능인구는 연평균 32만5000명씩 줄어든다. 65세 이상 인구는 연평균 48만 명씩 늘어난다. 2025년에는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전체의 20%를 넘는 ‘초고령사회’가 된다. LG경제연구원은 노동 투입 감소가 연간 경제성장률을 0.4~0.5%포인트 끌어내릴 것으로 예측했다.

일할 사람은 줄어드는데 부양해야 할 고령인구는 늘어나고 있으니 경제활력은 저하되고 복지, 의료, 연금 등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이를 감안할 때 정년 연장 논의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정년 연장은 임금구조 개편과 국민연금 수령 및 노인복지 기준 연령, 청년 일자리 등과 맞물려 있어 국민 생활에 미치는 파급력이 매우 크다. 대한민국 구조 개혁 차원에서 대수술을 통해 변화와 혁신을 이끌 필요가 있다.

정년을 늦추면 생산가능인구가 늘어나 경제성장률 하락을 완화하고, 고령인구 부양 부담도 줄일 수 있다. 복지 수혜자였던 60~65세가 일하는 인구가 되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물론 기초연금 등 각종 복지제도 혜택을 받기까지 소득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 중 하나다. 하지만 조기 고갈이 우려되는 국민연금 수급 연령이나 노인복지 기준 연령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경우 사회적 갈등은 커질 가능성이 높다.

지나치게 경직된 노동시장 현실을 감안할 때 예상되는 문제도 한둘이 아니다. 기업들 중 상당수는 근무 연한에 따라 임금을 많이 지급하는 연공서열식(호봉제) 임금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직무능력과 생산성에 따른 임금체계 변화 없이 정년만 연장할 경우 기업들의 인건비 부담은 크게 늘어난다. 기업의 총 근로자 수가 늘지 않으면 결국 청년 신규 고용을 줄일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심각한 청년실업 문제를 악화시켜 부모 세대와 자식 세대 간 갈등을 부를 가능성도 있다. 정년 연장은 기존 대기업 정규직 근로자의 기득권 강화로 이어질 게 뻔하다. 그 부담은 고스란히 비정규직 근로자와 중소기업으로 전가돼 노동시장 양극화가 더 심화될 우려도 있다.

정년 연장은 세계적 추세다. 고령화 시대 노동력 감소에 대비하고 숙련된 인력을 계속 활용하는 긍정적 효과가 있다. 하지만 경직된 해고 요건을 완화하거나 임금체계를 직무 중심으로 전환하는 등 노동유연성을 확보하지 않으면 노동시장의 혼란만 가중될 것이다. 정년 연장은 임금체계 개편과 고용형태 유연화 등 노동시장 개혁과 동시에 추진돼야 한다. 근본적인 혁신 없이 법으로 밀어붙여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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