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채 금리가 3일(현지시간) 뉴욕 채권시장에서 두 차례 큰 폭으로 폭락했습니다.
이날 세인트루이스 연방은행 총재인 제임스 불러드의 기준금리 인하 관련 발언이 연이어 보도되면서 커다란 파장을 일으킨 겁니다.
불러드 총재는 미 중앙은행(Fed)의 행동을 가장 먼저 예측해온 ‘예언자’로 유명합니다. 그의 오늘 발언으로 시장은 내년 초까지 세 차례 정도 기준금리 인하를 믿기 시작했습니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이날 오후 3시께 전장 종가보다 5.4bp 내린 2.085%로 마감됐습니다. 장중 2.06%까지 떨어졌습니다. 이런 추세라면 하루 이틀내 2%선을 무너뜨릴 기세입니다.
기준금리 움직임에 가장 크게 반응하는 2년물은 8.9bp 떨어진 1.848%에 거래됐습니다. 2017년 12월 이후 최저수준입니다.
현재 기준금리 상단이 2.5%이니, 시장은 2년내 약 3번까지 금리 인하를 예상한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겠습니다.
불러드 총재는 이날 시카고연방은행이 개최한 콘퍼런스에서 발언대에 섰습니다.
오후 1시25분께 "기준금리 인하가 조만간 보장될 것"이라는 그의 발언이 전해졌습니다. 불러드 총재는 "세계 무역 긴장 및 미국의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경제 성장 위험이 높아졌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그의 발언이 전해지자 2년물 금리는 1.9%대에서 1.8%대 중후반으로 급락했습니다.
오후 3시를 넘어선 "Fed의 목표치인 2%를 밑도는 물가는 또 다른 금리 인하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말이 전해졌고, 2년물은 다시 한번 급락해 1.832%까지 떨어져 마감됐습니다.
2011년 블룸버그는 불러드 총재에 대한 기사에서 그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전조", "FOMC 위원회가 어디로 향하는 지 알려주는 지표"라고 일컬었습니다.
2008년부터 세인트루이스연방은행 총재로 일해온 그가 FOMC의 앞날을 예언한 사례는 많이 있습니다.
불러드는 2011년 5월 FOMC가 "명시적인 인플레이션 목표를 채택해야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리고 2012년 1월 FOMC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를 기준으로 한 2%의 인플레이션 목표를 설정했습니다.
불러드는 2012년 2월에는 "미국 경제가 악화되고 인플레이션이 낮아지면 3차 양적완화(QE)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해 9월 FOMC는 ‘QE3’라고 이름붙인 세번째 채권 매입 계획을 발표했지요.
불러드는 2013년 6월 FOMC 회의때는 "인플레이션이 목표 아래에 있을 때 그 목표를 방어해야한다"며 기준금리 인상을 고려할 시점이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Fed는 2014년부터 양적완화(QE) 중단에 들어갔고 2015년 말부터 기준금리 인상을 시작했습니다.
월가의 한 관계자는 "Fed가 만약 금리를 낮추려고 한다면 9월, 12월 FOMC에서 내릴텐데 9월에 인하하려면 6월 회의 때부터 바람을 잡아놓을 필요가 있다"면서 "불러드가 6월 FOMC를 앞두고 ‘바람잡이’로 나선 것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6월 FOMC는 오는 18~19일에 열립니다. 보름 남짓 남은 겁니다.
불러드가 이처럼 과감하게 발언할 수 있는 건 뉴욕보다는 중요성이 적지만 캔자스 등 다른 지역보다는 훨씬 중요한 세인트루이스 지역을 담당하는 연방은행 총재이기 때문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이번에도 불러드의 예언은 사실로 드러날까요?
이날 만난 월가의 한 보험사 계열 자산운용사의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올해 1차례, 내년 2차례 금리 인하를 예상했는데 올해 두차례 이뤄질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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