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트기 전이 가장 어둡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한국 증시에는 다시 아침이 오지 않을 것 같은 분위기다. 미국과 중국이 벌이는 무역분쟁은 전면전으로 치닫고 있고 고용, 소비 등 경기지표는 악화일로다. 코스피지수는 2000선을 간신히 지키고 있다. 얼마 전까지 긍정론을 얘기하던 애널리스트와 펀드매니저들도 입을 닫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런 때일수록 시장을 외면하기보다 거센 파도를 헤쳐 나갈 동력을 마련해야 한다”며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기보다 눈높이를 낮춰 위험자산과 안전자산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주식투자는 3분기 이후부터”
삼성증권은 당분간 보수적인 투자전략을 유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유승민 삼성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글로벌 주식투자의 핵심 변수는 미·중 무역협상의 향방”이라며 “무역분쟁이 연내에 타결될 것이라는 시나리오에 70%의 확률을 부여한다”고 말했다. “다만 협상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변수가 많기 때문에 3분기 중반까지는 글로벌 주식시장 부진이 계속될 것”이라며 “단기적으로 위험관리에 무게를 둬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반기부터는 글로벌 주식 비중을 늘려갈 것을 추천했다. 유 연구원은 “상황에 따라 미·중의 경기 부양을 위한 정책옵션이 나올 수 있기 때문에 하반기부터 글로벌 증시가 다시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장 추천하는 시장으로는 미국을 꼽았다. 미국 경제는 잠재성장률(1.9~2.0%)을 웃도는 평균 2.0~2.5% 내외의 견고한 경기확장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허진욱 삼성증권 연구원도 “금리 동결 기조가 하반기에도 유지되면서 완전고용을 넘어서는 고용시장의 호황국면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시장도 추천 대상에 올랐다. 허 연구원은 “중국은 인프라 투자 위주의 기존 재정확대 정책을 유지하는 것 외에도 부동산 부양 카드까지 내놓을 것”으로 내다봤다. 하반기부터 중국 시장의 ‘펀더멘털(기초체력)’ 랠리가 재개될 것이란 관측이다.
다만 국내 주식시장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봤다. 기업 이익과 수출은 4분기부터 반등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실적 개선의 강도와 신뢰가 아직 약해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수준) 재평가 기대가 높지 않다는 분석이다. 경기 영향을 상대적으로 많이 받는 대형 수출주보다 중소형주·가치주·배당주 등에서 기회를 모색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인도·럭셔리 펀드 등 대안도
대안 투자처들도 관심을 받고 있다. 대표적인 상품은 인도 펀드다. 신흥국 증시 하락세와 달리 인도 증시는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시장친화적인 성향의 나렌드라 모디 총리와 여당이 예상보다 크게 압승하면서 시장 기대가 커졌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에 설정된 25개 인도 주식형 펀드는 최근 3개월간 16.44% 수익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전체 해외 주식형 펀드 수익률이 마이너스(-0.48%)를 기록한 것과 대조적이다. 모디 총리는 적극적인 외자 유치와 인프라 투자를 통해 글로벌 투자자로부터 좋은 점수를 받고 있다. 이재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역사적으로 인도 증시는 총선 이후 평균 30% 이상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럭셔리펀드’도 안정적인 수익률로 고액 자산가들의 관심을 받는 상품이다. 명품 시장은 경기와 관계없이 호황을 유지하고 있다. 지속적인 가격 인상과 중국 소비 증가에 힘입어 루이비통 에르메스 샤넬 등 주가가 상승세를 타면서 럭셔리펀드는 올 들어 13.64%의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아울러 △2년 수익률 13.24% △3년 수익률 36.63% △5년 수익률 53.52% 등으로 거의 매년 손실 없이 좋은 흐름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 강점으로 꼽힌다.
럭셔리펀드가 전통적인 명품 브랜드만 담는 것은 아니다. 관련 산업의 발전에 따라 브랜드 가치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종목에도 투자한다. 에셋플러스글로벌리치투게더 펀드는 루이비통모에헤네시, 에르메스 외에도 페이스북, 텐센트, 보잉, 비자 등에 투자하고 있다. IBK럭셔리라이프스타일 펀드도 나이키, 디아지오, 에스티로더, 페라리 등을 편입하고 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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