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유플러스, 국내 2위 전자결제 사업 판다

입력 2019-06-04 17:22  

매각주관사에 딜로이트안진 선정
예상 몸값 4000억으로 평가



[ 정영효 기자 ] LG유플러스가 전자결제(PG) 사업부를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내놓는다. 이 사업부는 KG이니시스에 이어 국내 2위 전자결제 사업자다.

4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LG유플러스는 PG사업부를 팔기로 방침을 정하고 딜로이트안진 회계법인을 매각주관사로 선정했다. 예상 매각가격은 4000억원 수준으로 전해졌다. 이르면 이달 말에서 다음달 초 투자안내문(티저레터)을 인수후보들에게 보낼 예정이다. 매각은 공개경쟁입찰 방식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국내 전자결제시장은 KG이니시스와 LG유플러스, NHN한국사이버결제 등 3개사가 65~70%를 과점하고 있다. LG유플러스가 시장 점유율 2위를 차지하고 있는 PG사업부를 매각하기로 한 건 ‘선택과 집중’을 위해서다. 본업인 통신사업과의 시너지 효과가 크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동통신과 유료방송 등 핵심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비핵심사업을 정리하기로 했다는 분석이다.

무엇보다 최대 고객 가운데 하나였던 네이버가 자체 결제사업을 시작하면서 수익성이 떨어진 게 매각 배경으로 꼽힌다. 네이버는 그동안 7조원에 달하는 결제대행서비스를 KG이니시스와 LG유플러스에 의존해 왔지만, 지난해 PG사업부를 세워 이 물량을 자체적으로 소화하기 시작했다. LG유플러스가 맡았던 3조5000억원 규모의 네이버 결제대행 물량이 빠져나가면서 매출과 수익도 10%가량 줄어들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LG유플러스 PG사업부의 올 1분기 수익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4.4%, 전분기보다 9.4% 줄었다. 여기에 카카오 등 콘텐츠 플랫폼 기업들이 PG 시장에 직접 뛰어들기 시작하면서 기존 PG 사업자들과 경쟁이 불가피해졌다.

온라인 쇼핑이 늘면서 전자결제시장은 매년 20% 이상 성장하고 있지만, 결제사업자의 수익성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는 점도 LG유플러스가 PG사업부를 매각하기로 한 이유로 꼽힌다. 11번가 등 소셜커머스와 쿠팡 티몬 위메프 등 오픈마켓 사업자의 힘이 세지면서 수수료 협상의 주도권을 쥐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PG 사업자들은 사실상 마진을 거의 남기지 못하고 결제대행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며 “시장은 커지고 있지만 경쟁은 더 빠른 속도로 치열해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PG사업부는 LG유플러스 기업사업부 소속이다. 기업사업부는 전자결제사업을 하는 PG사업부와 기업의 전산설비 운영을 대행하는 IDC사업부로 이뤄져 있다. 기업사업부의 지난해 수익은 4609억원으로 LG유플러스 전체 수익의 20%를 차지하지만 PG사업부가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 남짓인 것으로 알려졌다.

PG사업부를 팔아 4000억원가량의 현금을 확보하면 CJ헬로 인수 부담도 크게 줄일 수 있다. LG유플러스는 국내 1위 케이블TV 사업자인 CJ헬로를 약 8000억원에 인수하기로 하고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인수후보로는 KG이니시스, NHN한국사이버결제 등 경쟁업체가 우선 거론된다. LG유플러스 PG사업부를 손에 넣으면 시장 점유율을 20~25%포인트 끌어올려 압도적인 1위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정보통신(KICC), 나이스정보통신 등 점유율 10% 안팎의 4~5위 회사도 단숨에 1위가 될 수 있다. 전자결제시장 신규 진입을 노리는 전략적투자자(SI)와 사모펀드(PEF) 운용사 가운데 깜짝 인수후보가 등장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정영효 기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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