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네트워킹에 적극 활용
[ 이호기 기자 ] 이색 취미도 즐기고 자신만의 경쟁력도 쌓는 증권맨들이 서울 여의도 증권가에서 화제다. 삼성증권에서 고액자산가에게 재테크 및 세무 상담을 해주는 유성원 투자컨설팅팀장(49·왼쪽)과 개인을 대상으로 한 신규 투자상품을 기획, 설계하는 박권식 상품개발팀장(45·오른쪽)이 주인공이다.
유 팀장은 20년 전 시중은행 재직 때 10㎞ 마라톤대회에 출전하면서 달리기를 시작했다. 이후 보스턴 시카고 뉴욕 런던 베를린 도쿄 등 6대 마라톤을 모두 완주했다. 6대 마라톤 완주는 세계 아마추어 마라토너가 꿈꾸는 목표로 이를 달성한 선수는 1000여 명에 불과하다. 유 팀장의 공식 최고 기록은 베를린마라톤에서 세운 3시간26분이며 비공식 기록은 3시간9분이다.
박 팀장은 7년 전 삼성자산운용에서 싱가포르에 파견돼 근무하던 시절 무료함을 달래고자 시작한 주짓수의 매력에 빠졌다. 2014년 홍콩에서 열린 아마추어선수권대회에 출전해 70㎏급에서 은메달을 따기도 했다.
마라톤과 주짓수가 체력 관리는 물론 정신 수양에도 적잖은 도움이 된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유 팀장은 “2008년 금융위기 때 마라톤이 아니었다면 스트레스를 견뎌내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팀장도 “아무리 신체적 조건이 뛰어나도 암바(상대편의 팔을 잡고 팔꿈치를 꺾어 둥글게 감싸 누르는 기술)에 한번 걸리면 당해낼 재간이 없다”며 “주짓수를 통해 상대를 존중하는 겸손의 가치를 배우게 된다”고 했다.
유 팀장과 박 팀장은 자신만의 이색 취미를 글로벌 네트워크 업무에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유 팀장은 “마라톤대회는 영국 스페인 홍콩 아르헨티나 멕시코 아랍에미리트 등 세계 각지에 흩어져 있는 친구들과 만나는 계기가 된다”며 “급할 때마다 현지 시장 정보를 주고받는 등 업무에 큰 도움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달 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멕시코에 대해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는 뉴스가 나온 직후 멕시코 중앙은행에서 일하는 ‘마라톤 친구’에게 연락해 현지 반응과 대책 등을 물어보기도 했다. 박 팀장도 지난 3월 싱가포르 출장 때 주짓수 수련 동료인 영국인 헤지펀드 매니저의 소개로 현지 투자상품 전문가 미팅을 성사시켰다.
이들은 “주 52시간 근로 시대에 나만의 취미로 삶의 보람을 찾고 자신만의 경쟁력을 높이는 계기로 삼아도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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