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간부, 내연녀 폭행·나체사진 유포 협박…집행유예

입력 2019-06-05 14:18  


불륜 관계의 여성이 이별해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폭행하고 나체사진 등으로 협박한 경찰 간부가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정계선 부장판사)는 협박·폭행 등 혐의로 기소된 이모 경위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이 경위는 네이버 밴드에 있는 산악회 회원으로 활동하면서 만난 A 씨와 2016년 12월부터 불륜 관계를 맺어왔다.

이듬해 A 씨에게 결별을 요구한 이 경위는 A 씨가 계속 만나달라고 하자 나체 사진을 유포하겠다거나 피해자가 알려준 정보들을 단서로 피해자가 다니는 회사를 수사하겠다는 등 겁을 주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23차례 전송했다.

A씨가 산악회 밴드 게시물에 자신의 부인을 언급하는 글을 올렸다는 등의 이유로 여러 차례에 걸쳐 A씨를 폭행한 혐의도 받는다. 뿐만 아니라 "화가 풀리지 않는다"며 A씨를 커피숍 밖으로 데려가 폭행한 혐의도 받는다.

이후 A씨가 피고인에게 폭행당했다며 지구대에 신고하자 이씨는 수사 단서를 제공하지 못하도록 할 목적 등으로 피해자를 협박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씨 측은 실제 피해자를 협박할 뜻에서 문자를 보낸 것은 아니고 폭행 또한 피해자로부터 벗어날 생각에 저지른 방어적 행위인 데다 피해자 측이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한 만큼 양형에 이런 사정을 참작해 달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이러한 이씨 측의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문자 메시지를 발송한 행위는 피해자에게 공포심을 일으킬 수 있을 정도의 해악을 고지한 것으로 협박"이라며 "긴급하고 불가피한 수단이었다고 볼 수 없어 (방어 목적의) 정당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 "피해자가 처벌불원서를 파출소에 제출한 것은 인정되나 피해자의 진실한 의사가 수사 기관에 명백하고 믿을 수 있는 방법으로 표현된 것이라고 볼 수 없다"며 "수사 단서를 제공하지 못하게 할 목적으로 피고인이 피해자를 협박했다는 점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보복범죄는 실체적 진실의 발견을 방해할 수 있는 중한 범죄인 데다 피고인은 경찰관"이라며 "다만 피해자가 범행의 발생 또는 피해 확대에 상당 부분 기여했고, 피해자의 공포심 정도가 크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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