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조선업 불황에 일감 줄어
[ 김정은 기자 ]
조선업 장기불황이 할퀸 상처는 컸다. 성장가도를 달리던 중견 조선사 삼강엠앤티는 2017년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 전환했다. 지난해 적자폭은 더 늘었다.
적자 늪에 빠졌던 삼강엠앤티가 최근 재도약의 기회를 잡았다. 착실히 쌓아온 기술력으로 해외 해상풍력 프로젝트를 잇달아 수주하며 적자 탈출에 청신호가 켜졌다. 올해 영업흑자를 통한 턴어라운드에 성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송무석 삼강엠앤티 회장(사진)은 “성장에 다시 속도를 붙여 2022년까지 매출 1조원에 도전하겠다”고 밝혔다.
대형 해외 수주로 재도약 호기 잡아
삼강엠앤티는 5일 서울 역삼동 르메르디앙호텔에서 덴마크 외르스테드와 1126억원 규모의 대만 해상풍력 발전기 하부구조물 공급 계약을 맺었다. 외르스테드는 세계 1위 해상풍력 개발 기업이다. 삼강엠앤티는 2021년 4월까지 900㎿ 규모로 조성되는 대만 서부 창화현 풍력단지에 28개 풍력발전기 하부구조물과 트랜지션 피스 등을 공급하게 된다.
바다에 세워지는 바람개비 모양의 풍력발전기는 높이가 90m에 달한다. 이 발전기가 거센 파도를 견디려면 탄탄한 기초공사가 필수적이다. 해저에서 해수면까지 보통 35m 깊이에 세워지는 구조물이 그래서 중요하다. 삼강엠앤티는 자체 개발한 후육강관 등을 활용해 이 분야 부동의 선두기업으로 올라섰다.
송 회장은 “탄탄한 기술력과 오랜 노하우, 높은 품질이 차별화된 경쟁력”이라며 “계약서에 ‘장기 전략적 제휴 파트너’라고 명시하는 등 외르스테드와 지속적인 관계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삼강엠앤티는 지난 1월 벨기에 해저 기업인 JDN과 600억원 규모 해상풍력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하반기께 해상풍력 관련 대규모 수주 계약도 잇달아 예정돼 있다. 세계적으로 활성화되고 있는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도 호재다.
송 회장은 “대만 정부는 2025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을 전체 전력의 20%로 확대하는 등 국가적인 해상풍력 프로젝트가 급증하고 있다”며 “40%인 수출 비중이 몇 년 뒤면 90%까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조선업 미래는 밝다”
과거 대우에서 비철금속 영업을 했던 송 회장은 1990년대 미국 출장길에서 사업 아이디어를 얻었다. 책보다 두꺼운 강판을 구부려 파이프를 만드는 후육강관 생산 과정을 보고 ‘우린 왜 저걸 못해서 비싸게 수입할까’ 고민한 끝에 직접 만들어보기로 했다. 1999년 경남 밀양에 삼강특수공업(회사의 전신)을 설립하고 국내 최초로 후육강관 생산에 성공했다.
후육강관은 석유·천연가스, 시추·저장시설 등 해양플랜트와 조선업계에서 쓰이는 산업용 파이프다. 국내에서 사용되는 후육강관의 70%를 공급한다. 후육강관 사업을 통해 몸집을 키웠다. 하지만 강관 생산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었다.
2009년 27만㎡ 규모 공장을 지어 조선과 해양플랜트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혔다. 2017년 STX조선해양으로부터 인수한 계열사 삼강에스앤씨(옛 고성조선해양)를 통해 ‘대형선박 수리 전문 업체’로도 입지를 굳히고 있다. 환경 규제로 인한 선박 개조 수요는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송 회장은 가끔 임원 새벽회의를 여는 등 회사 내 기강을 다잡고, 조직을 일사불란하게 이끌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송 회장은 “조선업 불황 여파로 금융권에서 보증 등 지원에 등을 돌리는 경우가 많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어 “정부와 금융권이 조선업의 장기 발전 가능성을 보고 미래지향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 선박산업의 위상을 끌어올린 공로를 인정받아 2016년 금탑산업훈장을 받았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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