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적 네트워킹' 교육받은 임원, 승진 확률 72%까지 높아진다

입력 2019-06-06 15:00   수정 2019-06-06 15:01

경영학 카페

조직 구성원들은 끊임없이 ‘도와달라’ 메시지 보내는데
리더는 대개 간파하지 못해…‘진짜 네트워킹’ 필요한 시대



영화 ‘기생충’을 주말에 감상했다. 영화 후반부의 한 장면이 눈길을 끌었다. 대저택의 지하 벙커에서 은둔 생활을 하는 주인공이 언젠가는 수신될 것이라는 희망을 안고 옥외등으로 모스부호를 보낸다. 마침내 어느 날 아들이 그 메시지를 받아 회신한다. 부자간에 ‘접속’이 되는 순간이다.

리더나 조직의 성공 요인을 말할 때 항상 연결과 소통이라는 단골 메뉴가 등장한다. 우리는 ‘초연결’ 시대에 살고 있다고 하지만 심각하게 단절된 세상에 살고 있기도 하다. 우리에겐 진짜 네트워킹이 필요하다. 조직 구성원들은 언어적·비언어적인 형태로 쉼 없이 이야기하고 싶다고, 도와달라고 메시지를 보낸다. 그러나 대부분 이를 간파하지 못한다.

한국 사회에서 네트워킹은 ‘인맥 쌓기’ 정도로 받아들여진다. 개인의 인맥과 처세술 자체를 비난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전통적인 관념에서 벗어날 필요는 있다. 자칫 ‘라인(줄) 타기’와 ‘이너서클(사조직)’이 형성되면서 밀실 정치의 병폐를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지향해야 할 진짜 인적 네트워킹은 건강한 공백과 간격이 유지되는 관계다. 21세기는 지식인 자체가 성공하는 것이 아니라 정보와 사람에 잘 접속되는 자가 성공한다고 미래학자들은 단언했다.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네트워킹 교육을 받은 임원은 그렇지 못한 임원보다 최대 42% 성과를 더 낸다. 승진 확률은 72%까지 높아지고, 이직률은 74%까지 떨어진다. 리더들에게 네트워킹을 가르쳐야 하는 이유다.

리더가 회사 안에서 네트워킹을 실천할 수 있는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 ‘매니지먼트 트라이앵글’이라고 불리는 세 개의 접점을 기억하면 된다. 리더 자신, 상사, 조직이다. 리더는 열려 있어야 하고 구성원들을 위해 항상 준비돼 있어야 한다. 사람들이 문제를 들고 찾아왔을 때 실마리를 던져줄 수 있어야 한다.

그다음은 상사와의 연결이다. 당연히 상사의 비즈니스 우선순위와 선호하는 일하는 방식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상사를 잠 못 이루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 어깨를 짓누르는 것이 무엇인지 이해하고 풀어주려고 애쓰는 것이다. 조직과의 연결에 있어서는 다양한 채널을 통해 구성원들의 진짜 ‘아픈 곳’이 어딘지를 알 수 있어야 한다. 조직 전체의 역학 관계를 그릴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은 핵심 인재를 포함한 효율적인 사람과 조직관리 및 부서 간 갈등 중재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끝으로 인적 네트워킹을 형성하는 과정에서 필수적인 전제 요건이 있다. 우리 스스로 먼저 착한 기버(giver)가 되는 것이다. 손해를 보는 느낌이 들더라도 착한 ‘호구(虎口)’ 취급을 당하며 사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남는 장사다. 오늘날처럼 소셜미디어 등으로 촘촘히 연결된 네트워크 사회에서는 결국 선행은 드러나기 마련이고 모두가 찾는 필요한 사람으로 자리매김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의외로 많은 경비가 들어가지 않고 특별한 재주도 필요하지 않은 조직 내 네트워킹 활동. 네트워크로부터 단절돼 사람들이 더 이상 자발적으로 찾지 않는, 가치가 상실돼버린 리더가 아닌, 사람과 사람 그리고 조직을 연결해줄 수 있는 ‘슈퍼 서포터스’라는 멋진 리더로 거듭날 수 있다면 참 의미 있는 일이 될 것 같다.

한준기 IGM 세계경영연구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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