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나랏돈으로 찍어내는 지역화폐

입력 2019-06-06 17:41  

추가영 지식사회부 기자 gychu@hankyung.com


[ 추가영 기자 ] “올 하반기 지역화폐 규모를 확대하려고 하는데 발행 비용이 추가로 소요된다. 국비로 지원해주면 훨씬 더 힘이 날 것 같다.” (이화순 경기도 행정2부지사)

“(지역화폐는) 다른 사업에 비해 국비 지원율이 낮아 재정 여건이 열악한 지방자치단체는 사업을 추진하기 어렵다. 국비 지원율을 상향 조정해달라.” (강임준 전북 군산시장)

지난 4일 정부세종청사 대강당에서 열린 ‘2019년 지방재정전략회의’에서 경기도와 군산시가 지역화폐인 ‘지역사랑상품권’ 활성화 방안을 발표한 뒤 약속이라도 한 듯 국비를 더 지원해달라고 건의했다. 정부는 올해 지역사랑상품권 발행 규모를 2조원으로 확대하고, 발행액의 4%(약 800억원)를 국비로 지원하기로 했지만 그 정도론 부족하다는 불만을 털어놓은 것이다. 지역사랑상품권은 지자체가 발행하고 지역 가맹점에서만 쓸 수 있다.

이날 회의를 주재한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은 지자체의 ‘우수 사례’ 발표를 들은 뒤 “중남미 출신의 활동가에게 들은 얘기”라며 해외 사례를 소개했다. 진 장관은 “주민들이 직접 지역화폐를 발행해 무이자로 대출하는 식의 사회적 경제를 통해 지역 경제를 활성화했다는 설명을 들었다”며 “우리도 지역에서 혁신적인 일을 시작했고 성공하고 있다”고 지자체들을 치켜세웠다.

브라질 파우마스은행은 진 장관이 언급한 지역공동체은행의 한 예다. 브라질 북동부에 있는 해안관광도시 포르탈레자의 빈민가에서 주민연합이 설립한 은행이다. ‘지역의 돈을 지역 안에서 쓰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자’는 취지에서 출발했다. 직업이 없고, 돈도 부족한 주민들이 지역에 변변한 상점이 없어 얼마 안 되는 돈마저 지역 밖에서 써야 하는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고안한 방식이다. 주민들이 나서서 ‘파우마’라는 지역화폐를 발행했고 직업훈련도 했다.

한국은 사정이 다르다. 최근 지자체가 앞다퉈 발행하는 지역화폐는 민간에서 자생적으로 나온 것이 아니라, 골목경제 살리기에 세금을 쓰겠다는 정부 주도의 정책사업이다.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거나 생산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이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는 대신 세금을 풀어 지역 소상공인의 소득을 늘리는 정책을 혁신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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