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국과 공급처 다변화 모색
[ 주용석 기자 ]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전 세계 국가들을 상대로 한 주요 2개국(G2)의 ‘줄 세우기’도 심해지고 있다. 중국은 미국 제재에 맞서 러시아와의 관계를 격상하며 대미(對美) 연합전선 형성에 주력하고 있다. 미국도 ‘반(反)중국’ 전선을 확고히 하기 위해 유럽과 일본, 한국 등 동맹국들을 끌어들이려는 행보를 가속화하고 있다. 동시에 중국의 희토류 보복에 대응하기 위해 아프리카 국가들에도 손을 뻗기 시작했다.
6일 신화통신에 따르면 러시아를 국빈방문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전날 정상회담에서 에너지, 과학기술, 우주항공 등 분야에서 기술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두 정상은 약 세 시간에 걸친 정상회담 이후 양국 관계를 ‘신시대 전면적 전략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는 내용의 공동성명 2건을 발표하는 등 양국 간 밀월을 대외적으로 과시했다.
이번 회담에서는 특히 화웨이의 러시아 5세대(5G) 이동통신망 구축 사업을 비롯한 30여 개 교류 협력을 맺었다. 화웨이는 이날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러시아 최대 통신사인 모바일텔레시스템즈와 손잡고 내년까지 러시아 전역에 5G 통신망을 설치하는 계약을 맺었다. 중국과 러시아가 미국의 ‘화웨이 때리기’에 정면으로 반기를 든 것이다.
반면 미국은 ‘반(反)화웨이 전선’ 구축에 공을 들였다. 피트 훅스트라 네덜란드 주재 미국대사는 지난 3~5일 헤이그에서 열린 ‘글로벌 기업가정신 정상회의 2019’에 참석해 한 인터뷰에서 화웨이 장비 사용에 대해 “나쁜 생각일뿐더러 잘못된 방향”이라고 했다. 화웨이 기술을 사용하면 중국 정부에 이용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중국의 희토류 보복에 대응하기 위해 아프리카에도 손을 뻗쳤다. 지난 5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 국방부는 말라위, 부룬디 등 아프리카 광물업체로부터 희토류를 공급받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이 희토류 수출 제한 가능성을 시사하자 공급처 다변화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말라위의 ‘음캉고 자원’, 부룬디의 ‘레인보 희토류’ 등을 비롯해 아프리카 이외 다른 지역 광물업체와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이슨 니 미 국방부 군수국 광물엔지니어는 시카고에서 열린 한 콘퍼런스에서 “우리는 중국 외 희토류 공급처를 찾고 있다”며 “한 생산자에게만 의존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미국의 이 같은 행보는 중국이 지난달 무역전쟁에서 ‘희토류 무기화’ 가능성을 경고한 뒤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기준 전 세계 희토류 생산의 70%, 매장량의 37%를 각각 차지하고 있다. 미국은 자국 내 희토류 소비량의 80%를 중국에서 수입한다.
미 항공기 제작사 보잉은 중국 항공사들에 약 100대의 항공기를 판매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논의되는 거래 규모는 300억달러(약 35조원)에 달한다. 하지만 미·중 무역전쟁 때문에 계약이 성사될지는 불확실하다. 블룸버그는 “중국 항공사들이 논의를 진전시키기 전에 중국 정부의 지침을 기다리고 있다”며 “계약이 즉각 성사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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